야당 성토 속 첫 독회 64대47로 가결…여권, 과반의석으로 남은 절차 밀어붙일듯
크네세트 밖 밤샘 반대시위…의원 등원 저지·의사당 난입 시도
네타냐후 "위대한 낮과 밤" 환호…라피드 전 총리 "역사 심판받을 것"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이스라엘 초강경 우파 정부가 10만 명에 이르는 시민의 반대 시위 속에 '사법부 무력화' 입법을 강행했다.
이스라엘 크네세트는 21일(현지시간) '사법 정비'(judicial overhaul) 관련 2개 기본법 개정안에 대한 첫 독회(讀會)를 마무리했다.
여야의 밤샘 난상토론 끝에 이날 120명의 전체 의원 중 64명이 법안처리에 찬성했고 47명이 반대했다.
첫 독회를 통과한 법안은 향후 2차례의 추가 독회와 의원 표결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네타냐후 주도 우파 블록은 과반 의석을 이용해 법안 처리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의원 총회 첫 관문을 통과한 '사법 정비' 관련 2개 법률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연성헌법인 기본법에 대한 대법원의 사법심사 권한 박탈과 법원 인사 결정 기구인 법관 임명위원회의 위원 구성 변경이다.
원안대로 법 개정이 이뤄지면 의회 다수 의석을 확보한 정치 블록은 사법부의 견제를 받지 않은 채 연성헌법인 기본법을 고칠 수 있고, 판사 인사도 마음먹은 대로 주무를 수 있게 된다.
여권의 법률 개정은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에게 면죄부를 부여하고 범죄 전력 때문에 장관직에서 낙마한 네타냐후의 연정 파트너인 아리예 데리 샤스당 대표의 재입각을 돕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네타냐후 측은 이런 주장을 부인하면서, 사법부가 입법부와 행정부 위에 군림하는 것을 막고 국민이 선출한 정부의 권리를 찾기 위해 입법을 추진한다고 항변해왔다.
야권과 시민사회, 법조계 인사들은 집권연정의 사법 정비를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로 규정하고 그동안 대규모 반대 집회를 열어왔다.
아이작 헤르조그 대통령이 여야 간 대화를 통한 이견 조율을 촉구했지만, 최근 몇 차례 접촉에도 양측은 접점을 찾지 못했고, 사법개혁 반대 시위는 계속됐다.
독회가 시작된 전날에도 사법부를 무력화하려는 입법에 저항하는 시위는 의사당 안팎에서 이어졌다.
중도 우파 성향의 야당인 예시 아티드 의원들은 의사당 안에서 이스라엘 국기를 등에 두른 채 집권 연정의 입법 강행을 성토했다.
또 방청객들도 네타냐후 정부의 사법개혁에 반발하며 야유를 퍼붓고 방청석과 회의장 사이에 설치된 유리 벽을 두드리는 등 소란을 피웠다.
야당 의원들과 항의하던 방청객은 강제 퇴장당했다.
의사당 밖에서는 최대 10만 명의 사법 정비 반대 시위대가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국가(國歌) '하티크바'를 부르며 1박 2일간 대대적인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전날 아침 여권 의원의 자택을 포위한 채 등원을 저지하고 곳곳의 도로를 봉쇄한 채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저녁 무렵에는 일부 시위 참여자들이 바리케이드를 뚫고 의사당 난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시위대가 민주주의를 짓밟고 있다. 야당이 경로를 이탈했다"고 성토했고, 법안 투표가 이뤄진 후에는 "위대한 밤과 낮이었다"고 환호했다.
반면, 야권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훗날 역사가 민주주의와 경제, 안보를 해치고, 이스라엘 국민을 갈가리 찢어놓고 무관심하게 만든 오늘 밤을 심판할 것"이라고 여권을 비난했다.
또 그는 트위터에 "국가의 영혼을 위한 싸움에서 시위대는 더 커질 것"이라고 썼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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