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왕이, 러 방문 예정…중러 대서방 메시지 수위에 관심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전격적인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방문에 대해 중국 관영 매체는 러시아의 격렬한 반격을 유발할 수 있다며 비판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는 21일자 기사에서 관측통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키이우 방문을 "비이성적이고 이기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러시아의 거센 반격을 유발할 수 있다고 썼다.
리하이둥 중국 외교학원 교수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전쟁 발발 1주년 전날에 예고 없이 키이우를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의 행보는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진전을 더 거두도록 독려함으로써 우크라 지원을 계속할 수 있도록 미국 국내 여론을 설득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또 인민대 댜오다밍 부교수는 개전 1주년에 즈음해 우크라이나를 방문함으로써 '분쟁'에 기름을 부어 러시아를 약화하려는 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의도라고 진단했다.
댜오 교수는 이어 미국이 선거 국면으로 접어들면 유권자들의 요구와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쇼'를 벌이는 경향이 있는데, 바이든의 키이우 방문 역시 그런 쇼로 보인다고 평가절하했다.
이런 관영 매체 보도는 우크라 전쟁 장기화 상황에서 중국이 처한 딜레마를 보여주는 측면이 있어 보인다.
중국은 '중립'을 표방하지만, 미국을 포함한 서방은 중국과 러시아를 '한 편'으로 규정한 채 끊임없이 중국의 대러시아 무기 지원 가능성을 견제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의 대서방 관계 개선 행보에 제약이 되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으로선 수년간 전략 협력을 강화해온 러시아와의 관계를 희생해가며 서방 쪽으로 좌표를 옮기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우크라 전쟁 발발 1주년에 즈음해 중국은 자신들과 밀월을 구가해온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권좌가 흔들리지 않는 선에서 전쟁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드는 것이 자신들 전략적 이해에도 부합한다는 인식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의 항전 의지에 힘을 실어준 바이든의 키이우 방문은 우크라 전쟁의 추가 장기화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전쟁과 관련한 전략적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게 관영 매체 보도에 담긴 중국의 시각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중국 외교라인의 1인자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의 21∼22일 러시아 방문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키이우 방문이 서방 진영의 결속과 항전 의지를 보여준 상황에서 우군이 절실한 러시아와 중국이 어느 정도 수위로 대미 견제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을 모은다.
글로벌타임스의 중국어판인 환구시보는 '중국과 러시아의 우호는 세계의 플러스 자산'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국제 안보 상황이 점점 취약해지고, 심지어 균형 상실의 위기에 직면한 터에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건전하고 안정된 발전 추세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세계 평화에 도움이 된다"고 썼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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