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정보당국…"러, 파괴공작 위해 에너지 인프라에 관심"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북해 해역에서 풍력 발전소와 해저 케이블, 해저 가스관 등을 염탐하며 파괴 공작을 준비하던 러시아 첩보선이 네덜란드 당국에 적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보기관인 종합정보보안국(AIVD)의 에릭 아커붐 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하고 지난해 가을 북해상의 풍력발전소 인근에서 관련 설비들에 대한 도면을 제작하던 러시아 선박이 적발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해상 풍력 발전소, 인터넷 케이블, 해저 가스관, 전기 접속 장치 등 자주 영국과 공유하는 주요 기반시설에 대한 러시아의 위협이 포착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러시아) 선박은 우리 영해 안에 있었고, 해안경비대에 의해 격퇴됐다"면서 "이 사건은 해양 인프라에 대한 러시아의 관심을 보여주며, 우리는 매우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커붐 국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진행한 네덜란드 군정보보안국(MIVD) 얀 스윌렌스 국장은 러시아 첩보선 적발은 유례가 없는 일로, 지난해 9월 발트해의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에 대한 폭파 공격이 있은 지 몇 주 뒤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은 발트해 해저를 통해 러시아에서 독일로 연결되는 파이프라인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유럽 수출을 위한 주요 경로다.
당시 폭발로 덴마크와 스웨덴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해저에 설치된 노르트스트림-1과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4개 중 3개가 파손되면서 막대한 양의 가스가 누출됐다.
폭파 사건 뒤 러시아는 미국 등 서방이 러시아의 가스 수출을 막기 위해 파괴 공작을 벌였다고 주장했고, 서방측은 반대로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에너지를 무기화하려는 러시아가 가스관을 폭파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스윌렌스 국장은 "우리는 최근 몇 달 동안 러시아 요원들이 북해에서 에너지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밝혀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봤다"면서 "그들은 에너지 인프라를 어떻게 파괴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이후 러시아 당국의 사보타주(파괴공작) 위협이 한층 고조되면서 네덜란드 민·군 정보국 AIVD와 MIVD는 '합동 러시아팀'을 꾸려 이 같은 위협에 대처하고 있다. 이 팀의 업무 가운데 하나는 외교관을 가장해 첩보 행위를 하는 러시아인들을 추적하고 추방하는 것이다.
지난 주말 네덜란드 당국은 스파이 혐의로 17명의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하고, 암스테르담에 있는 러시아 무역대표부를 폐쇄했다.
지난해 4월에는 브라질인으로 가장해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에 잠입한 러시아 요원을 붙잡았다.
당국은 당시 공동 보고서에서 "이 요원이 우크라이나 내에서 러시아군이 자행한 전쟁 범죄 조사에 관한 정보를 수집했을 수 있으며, 그러한 조사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cj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