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사러가다, 집에 있다가…전쟁으로 숨진 민간인 최소 8천명

입력 2023-02-22 00:43  

우유 사러가다, 집에 있다가…전쟁으로 숨진 민간인 최소 8천명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우크라 전쟁 1년 앞두고 보고서 발간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2022년 2월 25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 살던 올하(67) 씨는 우유를 사러 나갔다가 미사일 공습으로 집 근처 길바닥에서 생을 마감했다.
2022년 4월 2일 우크라이나 헤르손 인근 마을에 사는 60대 세르히 씨의 자택으로 미사일이 떨어지는 바람에 집에 있던 여섯 살 난 손녀는 다리 한쪽을 잃어버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일으킨 지난 12개월 동안 올하 씨, 세르히 씨의 손녀처럼 목숨을 잃거나 다친 민간인은 최소 2만1천293명으로 파악됐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21일(현지시간) 2022년 2월 24일부터 2023년 2월 15일까지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사상자 수치와 그 원인 등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OHCHR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앞두고 발간한 보고서에서 사망자는 최소 8천6명, 부상자는 최소 1만3천287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기간 사망한 어린이는 487명, 다친 어린이는 954명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마리우폴, 리시찬스크, 포파스나, 세베로도네츠크 등에서는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실제 사상자 숫자는 훨씬 더 많다"고 설명했다.
민간인 사상자 90%는 광범위한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폭발 무기 때문에 목숨을 잃거나 다쳤고, 지뢰와 폭발물 잔재로 발생한 사상자도 3%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사망한 민간인들은 집에 있거나 물을 구하러 간다던가, 음식을 사러 가는 등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일을 하다가 변을 당했다"며 "민간인들이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러한 수치는 러시아가 무력 공격을 시작한 지난해 2월 24일 이후 사람들에게 가해진 손실과 고통을 보여준다"면서도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전쟁의 참상을 훑어본 투르크 대표는 "추운 겨울 동안 전기와 물이 부족해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이 1천800만에 달하고, 1천400만명은 집을 떠나야 했다"고 덧붙였다.
투르크 대표는 "국제법 위반에 책임을 지고, 정의를 확립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심화해야 한다"며 "피해자들이 법적 결론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실질적인 지원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무의미한 전쟁으로 전 세계적으로 이미 가장 취약했던 사람들 사이에서 고통이 더욱 심해졌다"며 "유엔 헌장과 국제법을 노골적으로 모욕하며 엄청난 인명 피해를 일으키는 이 전쟁은 이제 끝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run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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