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보도…'무한 우정' 과시한 푸틴에게 중립적 입장 선회 주목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몇 달 안에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계획을 준비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는 시점에서 추진되는 시 주석의 방러 계획은 중국이 분쟁 종식을 위해 더 적극적인 역할을 공언하는 가운데 추진되고 있다.
따라서 중러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에게 다자 평화 대화를 촉구하고 핵무기 사용 반대 입장을 거듭 강조할 예정이라고 소식통들은 밝혔다.
이날 모스크바에 도착한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방러 기간에 시 주석의 모스크바 방문 일정에 관해 논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의 방러 시점은 4월 또는 5월 초로 예상된다. 3월에는 중국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열리기 때문이다. 5월 초 방문할 경우 러시아의 2차 세계대전 전승절과 겹친다.
다만 시 주석의 방러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여서 시기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외교적 해결사 역할을 자임하려는 시 주석의 중립적 스탠스는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푸틴 대통령과 '무한한 우정'을 약속했던 것에서 상당한 변화가 될 수 있다고 WSJ은 진단했다.
그동안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러시아를 외교적으로 지지했을 뿐 아니라 서방의 제재로 경제적 위기에 처한 러시아에 생명줄을 제공했다.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량을 늘린 것은 물론 군사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첨단 기술제품도 아낌없이 수출해왔다.
중국은 이러한 태도에 대한 서방의 비판과 불신이 높아지는 것을 고려해 새로운 정책 스탠스를 마련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왕 위원은 최근 독일 뮌헨안보회의에서 이번 주 내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독자적인 입장문을 발표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하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 등과 만나 전방위 외교전을 펼쳤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 전에도 중국은 2000년대 초반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억제하기 위한 6자회담을 주도해 국제 평화의 중재자 역할을 한 적이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쑨윈 중국프로그램 국장은 WSJ에 "중국은 단지 평화를 촉구할 뿐만 아니라 전쟁 해결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평화를 촉구하는 것은 값싸고 쉬운 일"이라며 중국의 구체적인 역할론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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