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폭설·아프리카 우박으로 흉작에 수입 뚝
대형마트서 채소 구매 '1인당 3묶음' 제한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영국 마트에서 비교적 흔하던 토마토, 오이가 난데없이 품귀를 빚는다고 로이터 통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유럽 남부, 아프리카 북부에서 기후변화 여파로 흉작을 피하지 못하면서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3위 유통업체인 아스다는 이날 토마토, 피망, 오이, 상추, 샐러드용 채소, 브로콜리, 산딸기를 1인당 최대 3묶음까지만 살 수 있도록 당분간 제한한다고 밝혔다.
아스다 측은 "다른 슈퍼마켓처럼 우리도 스페인 남부, 아프리카 북부에서 자라는 품목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다른 유통업체인 모리슨즈도 22일부터 토마토, 오이, 상추, 피망 구매를 1인당 2묶음으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영국 대형 마트 진열대에서는 특히 토마토가 사라진 장면이 SNS에서 속출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영국 슈퍼마켓 협회인 브리티시 리테일 컨소시엄(BRC)은 공급 대란이 유통 업계 전반에서 벌어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유럽 남부, 아프리카 북부에서 날씨 때문에 흉작이 빚어진 데 따른 것이라고 BRC는 전했다. 실제로 최근 스페인에서는 폭설과 우박이 이어졌고, 아프리카 북부에서도 지난주 우박이 덮친 것으로 관측됐다.
한 관계자는 "이같은 차질이 향후 몇주 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슈퍼마켓에서는 공급 문제를 능숙하게 다루는 중이며, 소비자가 다양한 신선식품을 구할 수 있도록 농장과 협력 중"이라고 말했다.
영국에서 통상 여름철에는 채소 자급이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12월부터 3월까지 이어지는 겨울철에는 수입으로 충당하는 토마토가 95%, 상추는 90%에 달하는 것으로 BRC는 집계했다.
실제로 주요 수입국 중 하나인 모로코에서는 이달 초부터 자국 내 치솟는 물가에 대응해 유럽 등지로 토마토, 양파, 감자 수출을 제한했다.
스페인에서도 빨간불이 켜졌다.
스페인 과채 협회 측은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면서 "일부에서는 고객사 수요를 충당하는 데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란이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겨울철 영국, 네덜란드에서 온실 재배가 급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앞서 영국에서는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여파가 겹치면서 7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0.1%까지 올라 40여년 만에 최고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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