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푸틴 참여 중단 선언한 핵군축조약 '뉴스타트'는

입력 2023-02-22 12:04   수정 2023-02-22 16:25

[Q&A] 푸틴 참여 중단 선언한 핵군축조약 '뉴스타트'는
2010년 체결…실전배치 핵탄두 1천550개·운반체 700개로 제한
코로나19·우크라 전쟁 여파로 핵시설 사찰 중단 등 파행 이어져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의 대립이 심화하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과의 핵군축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해 파장이 일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국정연설에서 "양국 관계가 악화한 건 전적으로 미국의 잘못"이라면서 "러시아는 뉴스타트 참여를 중단한다"고 말했다.
2010년 체결된 뉴스타트는 미·소 냉전 종식 이후 우호 협력으로 돌아선 양국관계를 상징하는 의미로 여겨져 왔는데, 이 조약의 이행을 중단한다고 밝힌 것이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조약에서 '탈퇴'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해 복귀 여지를 남겨뒀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 보도를 토대로 뉴스타트가 어떻게 체결되고 유지돼 왔는지, 러시아의 참여 중단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등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 뉴스타트가 맺어지기까지 과정은.
▲ 뉴스타트는 1991년 미국이 당시 소비에트연방(소련)과 핵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 등의 감축에 합의한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스타트)의 명맥을 잇는 조약으로, 2010년 4월 체결됐다.
냉전시대 양대 강대국이었던 미국과 소련은 막대한 규모의 핵무기를 경쟁적으로 비축했고, 이 과정에서 기기 오류나 담당자의 실수로 여러 차례 우발적 핵전쟁 위기를 겪었다.

인류가 핵무기로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1960년대 말 미국은 소련에 대화를 제안, 1969년부터 3년에 걸친 협상 끝에 요격미사일망(ABM) 제한협정과 탄도미사일 발사대 수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는 전략무기제한협정(SALT-1)을 체결했다.
이후 양국은 1991년에는 전략미사일 보유 수를 10년 이내에 각각 1천600기로 감축한다는 내용의 '스타트'를 체결했고, 2002년에는 핵탄두를 10년 내에 1천700∼2천200기로 감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전략공격무기감축협정(SORT)을 맺는 등 후속 협정을 통해 핵전력 보유량을 대폭 줄였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협상은 자주 난관에 봉착했고, 서명까지 마친 협정이 발효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2002년에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테러와 불량국가의 위협을 이유로 ABM 제한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해 러시아와 중국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 뉴스타트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 있나.
▲ 2010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이 서명해 체결된 뉴스타트는 실전 배치 핵탄두 수와 장거리 투발 수단의 수를 대폭 줄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2011년을 기준으로 7년 안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핵무기 탑재 전략폭격기의 수를 700개로 제한하고, 이런 운반체에 실리는 핵탄두의 수도 1천550개 이하로 줄이도록 한 것이다.
뉴스타트에는 미국과 러시아 양국이 쌍방 간 핵시설을 주기적으로 사찰해 협정 준수 여부를 확인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조약이 핵무기를 충분히 줄이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뉴스타트는 미국과 소련이 보유한 핵탄두 수를 기존보다 30%가량 감축하는 데 그쳤는데, 남은 것만으로도 지구를 몇 번은 멸망시키기에 충분한 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양국 모두가 충분한 핵전력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역설적으로 핵무기 사용을 억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존 이래스 미국 군축·비확산센터 선임정책국장은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군비경쟁이 재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뉴스타트는) 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 미·러 양국은 뉴스타트 협정을 잘 지켜왔나.
▲ 두 나라는 현재까지는 뉴스타트에 규정된 사항을 대체로 준수해 온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 조약은 푸틴 대통령이 참여 중단을 선언하기 전에도 여러 차례 흔들리는 조짐을 보여왔다.


예컨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뉴스타트 조약에 따른 규제 대상에 단거리 전술핵무기가 포함되지 않은 것을 문제로 삼았고, 1987년 옛 소련과 체결한 역사적 협정으로 평가되는 중거리핵전력조약(INF)도 탈퇴했다.
2021년 만료를 앞두고 있던 뉴스타트를 연장하기 위한 협상은 그의 재임 기간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다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고서야 5년 연장안이 타결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이 시작되면서 양국 간 핵시설 사찰이 중단됐고, 코로나19 유행이 꺾인 뒤에도 사찰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재개되지 못했다.
러시아는 작년 11월에는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뉴스타트 이행을 위한 양자협의위원회(BCC)를 하루 앞두고 '정치적 이유'를 들어 회의 연기를 통보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사찰 거부로 조약 준수 여부를 검증할 수 없다고 밝혔으며, 이런 소식은 러시아가 뉴스타트 조약이 규정한 숫자 이상의 핵탄두를 실전 배치했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 푸틴 대통령이 선언한 뉴스타트 참여 중단은 무슨 의미인가.
▲ 푸틴은 러시아가 조약에서 완전히 탈퇴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의 러시아 핵무기 사찰을 허용하지도 않겠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작년 말 Tu-95와 Tu-160 등 핵폭탄 탑재 전략폭격기가 배치된 러시아 사라토프주 옌겔스 공군비행장을 우크라이나가 공격하는 것을 서방이 도왔다고 주장한다.
이래스 국장은 러시아 핵시설에 대한 사찰이 재개되지도 않는 상황에서 뉴스타트 참여 중단과 사찰 불허 방침을 밝힌 건 전적으로 상징적인 조처라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러시아에 먼저 손을 내밀도록 미국과 서방 각국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그래야 러시아가 (종전을 위한) 조건을 좌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래스 국장은 러시아의 뉴스타트 참여 중단 선언의 의미를 과장하는 건 위험하다면서, 미국이 러시아에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면 다른 나라에도 핵무기가 효과적인 '외교적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선 우크라이나 전쟁과 서방의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가 당장은 핵군비 경쟁을 벌일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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