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 많고 적게 소멸하는 데다 출생 뒤에도 생성…난소 기능 유지 신약·기술 개발에 응용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벌거숭이두더지쥐는 포유류에 속하지만 개미처럼 여왕만 번식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 여왕은 평생 새끼를 낳는데 이런 왕성한 생식 능력의 비밀이 밝혀졌다.
미국 피츠버그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매기 여성연구소'의 미구엘 브리에노-엔리케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벌거숭이두더지쥐 여왕의 번식 능력을 규명한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대부분의 포유류는 암컷이 한정된 난자만 갖고 태어난다. 나이가 들면서 생식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시간이 흐르면서 난자가 고갈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쥐 목(目)의 벌거숭이두더지쥐(Heterocephalus glaber) 여왕은 포유류의 일반적인 생리를 거부하고 늙어서도 새끼를 낳는다.
이는 난자를 많이 갖고 태어난데다 소멸하는 난자가 적을 뿐만 아니라 태어난 이후에도 계속 난자를 만들어내는 등 세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쥐와 벌거숭이두더지쥐의 난소를 발달 단계별로 비교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
쥐와 벌거숭이두더지쥐는 몸집이 비슷하지만, 수명은 큰 차이를 보인다. 쥐의 수명은 기껏해야 4년으로 생후 9개월부터 생식능력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수명이 30년 이상으로, 설치류 중에서는 가장 오래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벌거숭이두더지쥐가 쥐에 비해 유별나게 많은 난자를 갖고 태어나고 난자 소멸률도 낮은 것을 밝혀냈다.
예컨대 생후 8일째 벌거숭이두더지쥐 암컷은 난자가 평균 150만 개에 달해 같은 발달단계에 있는 쥐의 95배에 달했다.
이와 함께 태어난 뒤에도 난자 형성이 계속되는 점도 파악됐다. 생후 3개월 된 개체에서 난자 전구세포가 활발하게 분열하고 있었으며, 10살이 된 개체에서도 이 세포가 발견돼 난자 형성이 생애 전 주기에 걸쳐 이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결과와 관련, 논문 책임저자인 코넬대학 수의학 교수 네드 플레이스는 "포유류 암컷이 출생 전이나 출생 직후 자궁에 한정된 수의 난자만 갖게 되고 이후에는 추가되지 않는다는 70년 가까이 유지돼온 정설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수십에서 수백 마리가 군집을 이뤄 생활하며 굴을 파거나 식량을 구하고, 새끼를 돌보는 등의 분업 체계를 갖고 있다.
특히 암컷 중 하나가 여왕이 된 뒤 이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암컷의 생식을 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브리에노-엔리케스 박사는 "벌이나 개미와 달리 벌거숭이두더지쥐 여왕은 원래 여왕으로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무리에서 여왕이 죽거나 제거되면 암컷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고 (여왕이 되면서) 생식능력도 활성화돼 어떤 암컷이든 여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번식하지 않는 암컷들도 난소에 난자 전구세포를 갖고 있지만 여왕이 된 뒤에야 세포분열을 시작하는 것을 확인했다.
브리에노-엔리케스 박사는 "벌거숭이두더지쥐의 번식 생태를 알아낸다면 인간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신약이나 기술을 개발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면서 "인간의 수명이 늘어났지만, 폐경이 찾아오는 나이는 이전과 비슷한데 벌거숭이두더지쥐에서 알게 된 것을 이용해 늦게까지 난소 기능을 보호하고 생식능력을 유지하는 데 이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난소는 생식기관을 넘어 그 건강이 암 발생 위험과 심장 건강, 수명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에 대한 이해는 전체적인 건강을 개선할 수 있는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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