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몰도바의 친러 분리주의 지역에서 몰도바 주권을 뒷받침해주던 포고령을 철회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몰도바 내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은 러시아 당국이 후원하는 친러 분리주의자들이 장악한 곳으로, 러시아 '평화유지군' 약 1천500명이 주둔해 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의 장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몰도바의 주권을 보강한 내용의 2012년 당시 포고령을 취소했다. 포고령은 러시아가 "트란스니스트리아의 특별 지위를 결정하는 데 있어 몰도바의 주권, 영토 보전, 중립 지위에 기반해 분리주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크렘린궁 웹사이트는 포고령 철회와 관련, "국제관계에서 일어난 심오한 변화와 관련해 러시아 주권을 지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1년 전 발표된 포고령은 외교정책에서 러시아 당국이 유럽연합(EU) 및 미국 등과 더 긴밀한 관계를 맺는 것을 상정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이제 상황이 변했다는 것이다. 포고령 철회는 일련의 반서방 조치의 하나로 나왔다.
문제의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은 우크라이나와 접경하고 있다.
몰도바는 대통령과 신임 총리가 친서방 노선을 걷고 있다. 마이아 산두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가 군사훈련을 받은 공작원을 몰도바에 잠입시켜 정권 전복을 노리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러시아가 몰도바를 우크라이나처럼 점령하려는 계략을 꾸미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트란스니스트리아 주변 안전지대 공동통제위원회의 몰도바 측 위원장인 알렉산드루 플렌체아는 포고령 철회와 관련, 푸틴 대통령이 몰도바 주권 개념을 버리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몰도바와 러시아는 상호 영토 보전을 존중하는 기본 정치 협정을 맺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렘린궁은 지난주 몰도바에서 EU 가입을 추진하는 친서방 신임 총리가 들어선 것과 관련, 몰도바가 반러시아 어젠다를 추구하고 있어 양국 관계가 매우 긴장됐다고 밝혔다.
루마니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낀 몰도바는 유럽 최빈국 중 하나다. 2020년 이후 친러 노선에서 선회한 산두 대통령은 미국과 EU의 지지를 받아왔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전날 산두 대통령을 폴란드에서 만나 지지를 확인했다.
트란스니스트리아의 러시아어 사용자들은 옛소련 해체 1년 전인 1990년 몰도바에서 분리했다.
신생 독립국 몰도바와 분리주의자들은 1992년 짧은 전쟁을 벌였으나 지난 30년간은 사실상 폭력사태가 없었다. 가느다란 조각 모양의 트란스니스트리아는 국제적으로 아직 인정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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