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디샌티스도 싸잡아 비판…헤일리는 우크라지원 요구하며 차별화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24일)을 앞두고 키이우를 방문해서 지원 의사를 재확인한 가운데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22일(현지시간) 일제히 이를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디샌티스 주지사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공격에 집중한 것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경쟁자인 디샌티스 주지사도 같이 비판하면서 견제구를 날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미친 전쟁광과 세계주의자(globalist)들이 끝없는 전쟁으로 이익을 챙기는 것을 막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이제는 공포와 유혈의 지배를 끝낼 시간"이라면서 연설 동영상을 올렸다.
그는 동영상에서 "3차 세계 대전이 지금보다 더 가까웠던 적은 없다"면서 "내가 수세대 동안 전쟁을 하지 않은 유일한 대통령이 된 이유는 내가 워싱턴의 장군들, 관료들, 이른바 외교관들의 파멸적인 조언을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도 거론하면서 "이제는 수십 년간 미국의 외교정책을 망친 부패한 세계주의 기득권층을 제거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주의 전쟁광들이 우리 경쟁자들을 후원하는 것을 한번 보라. 이것은 그들이 '전쟁의 후보'이기 때문"이라면서 "나는 평화를 전하는 후보이며 이 평화는 힘에 의한 평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바른 지도력만 있다면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의 분쟁을 24시간 내 끝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비판은 일차적으로는 바이든 정부와 차별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용한 '세계주의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디샌티스 주지사에게 붙인 별명 중 하나라고 의회전문매체 더힐이 보도했다.
그는 지난 1월 디샌티스 주지사가 코로나19 대응시 봉쇄적인 방역정책을 실시했다는 점을 비판하면서 "진짜 론은, 재빨리 플로리다 해변까지 폐쇄한 'RINO' 세계주의자"라고 말했다. RINO는 공화당 강경파들이 중도파에 대해서 이름만 공화당이라는 의미로 쓰는 말이다.
디샌티스 주지사도 지난 20일 폭스TV에 나와서 바이든 정부의 우크라이나 정책을 비판했다고 더힐이 보도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그들은 명확한 전략적 목표를 찾을 수 없는 백지수표 정책을 갖고 있다"면서 "나는 국경지대나 크림반도와 같은 문제에 연루돼 중국과 대리전을 벌이는 것이 우리에게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밀려 들어오고, 수만 명의 미국인이 펜타닐 때문에 죽고 있다. 또 중국 정찰 풍선의 미국 본토 횡단으로 인한 국가적인 굴욕도 겪었다"면서 "여기에 많은 문제가 쌓여있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방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샌티스 주지사의 이런 발언은 공화당 강경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 일원으로 하원에서 활동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했을 당시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 수준으로 방어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5년 방송 인터뷰에서는 "만약 레이건 같은 강력한 정책이 있다면 푸틴 같은 사람들이 우리를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고 당시 오바마 정부를 비판했다.
한편 미국 정당의 대선 경선에서는 외교 이슈보다 국내 정치 사안이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돼왔다.
그러나 공화당 대선 레이스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부 장관 등 외교 경험이 풍부한 후보들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전과 다르게 외교 정책에 대한 공방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지난 16일 뉴햄프셔에서 진행된 선거운동에서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것이 아니라 자유에 대한 것"이라면서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차지한다면 다음은 폴란드와 발트해 연안국가가 될 것이고 우리는 세계 대전을 목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만약 러시아가 이긴다면 중국은 대만을 차지할 것이고 이란은 (핵) 폭탄을 갖게 될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고 WP는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 필요성을 역설하며 다른 잠재적 경쟁자들과 자신을 차별화한 셈이다.
solec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