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티코 "곡물협정은 세계 식량위기 악화 막기위한 필요조건"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1년째 세계 식량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3월 '흑해 곡물 이니셔티브' 재협상에서 러시아가 더 많은 요구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흑해 곡물 이니셔티브는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을 보장하기 위해 유엔과 튀르키예 중재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체결한 곡물협정으로, 지난해 7월 발효된 후 지난해 11월 120일간 연장돼 다음달 19일 만료될 예정이다.
폴리티코는 협정 당사국들이 곡물 협정 연장 또는 개정을 위한 협상을 이번 주 재개한다며 양측 모두 불만이 많아 이 협정의 운명을 점치기 어렵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밀과 해바리기씨 기름 등 세계 곡물 생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양국의 곡물 수출을 일시에 중단시켜 세계 곡물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빈곤국과 개발도상국 등의 식량위기를 악화시켰다.
전쟁 전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공급의 10%를 차지했고 해바라기씨 기름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50%에 달했다. 러시아 역시 세계 최대 밀 수출국 중 하나다.
우크라이나는 평시 4억 명을 먹이기에 충분한 곡물을 수출했으나 전쟁 발발 후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이 작년 2월 570만 t(톤)에서 3월에는 0톤으로 줄었다.
이로 인해 세계 곡물시장에서 밀 등 곡물 가격이 폭등했고 전 세계 식량 위기가 고조되면서 러시아가 '기아'를 전쟁 무기로 이용한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식량 불안에 직면한 사람은 2021년 말 2억8천200만 명에서 지난해 3억4천500만 명으로 증가했다. 또 5천만 명 이상이 기근 위기에 처해 있어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유엔과 튀르키예, 우크라이나, 러시아는 '흑해 곡물 이니셔티브' 체결 후 이스탄불에 '공동조정센터'(JCC)를 두고 곡물 수송 선박을 공동으로 검사하며 일부 곡물 수출을 허용하고 있다.
이 협정을 통해 약 2천150만 t의 우크라이나 곡물이 흑해를 통해 수출됐으며, WFP가 에티오피아와 아프가니스탄 등 식량 위기 국가를 지원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프레데리케 그렙 WFP 경제학자는 "이 곡물협정은 세계 식량 위기 대응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면서 "세계는 이제 더는 식량 가격 폭등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이 협정이 반드시 연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협정의 만료일이 3월 19일로 다가오면서 양측의 비난전도 가열되고 있다.
러시아는 수출되는 우크라이나 곡물 대부분이 식량 위기에 처한 아프리카와 아시아 국가가 아니라 유럽과 다른 부유한 국가로 가고 있다고 비난한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의 주장을 일축하고 식량 수출국인 러시아가 선박 검사를 고의로 늦춰 곡물 수출을 지연시킴으로써 곡물 가격 상승의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양측의 설전은 러시아가 협정 재협상을 기회로 더 많은 요구를 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후 미국 주도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퇴출당한 자국 은행들이 국제 결제 시스템에 다시 편입되길 원하고 있다. 러시아는 비료 원료인 암모니아 수출에 대한 제재 완화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곡물 수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수출 경로를 다각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리이 바스코프 우크라이나 인프라부 차관은 협정 재협상을 통해 미콜라이우 등 더 많은 수출 항구를 협정에 추가해 곡물 수출 속도를 더욱 높이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또 국제해사기구(IMO)의 도움을 받아 곡물협정 적용 대상이 아닌 다른 선박들도 흑해를 운항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티코는 세계가 더 깊은 식량 위기에 빠질 위험이 지속되고 있다며 양국의 곡물협정은 전 세계의 기아가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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