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소비 둔화·설비투자 부진…상품수출 증가율 0.5%·수입은 -0.2%
경상수지 연간 흑자 260억달러…취업자 증가폭 13만명 그칠 듯
내년 성장률은 2.4%·물가는 2.6%로 각 0.1%p씩 상향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박대한 민선희 기자 = 한국은행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6%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3.6%에서 3.5%로 내렸다.
한은은 23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상반기 성장률이 1.1%, 하반기가 2.0%로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1월 내놓은 경제전망에서 올해 우리 경제가 1.7% 성장하고 소비자물가는 3.6%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우리 경제가 2년 반 만에 역성장하는 등 경기 둔화 조짐이 본격화되자 3개월 만에 다시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미국과 유럽의 연착륙 가능성, 중국의 경기 회복 등은 11월 전망치보다 (성장률) 0.2%포인트(p) 상향조정 요인이었지만, 정보기술(IT) 부진, 국내 부동산 경기 둔화 등은 0.3%포인트 하향 조정 요인이 돼 이를 종합적으로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수정 후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정부(1.6%)와 같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8%)나 현대경제연구원(1.8%), 국제통화기금(1.7%) 등에 비해서는 낮지만, 아시아개발은행(ADB·1.5%), LG경영연구원(1.4%), 주요 해외 투자은행 9곳의 성장률 전망치 평균(1.1%)보다는 높다.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은 우리 경제를 둘러싼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4%(속보치) 감소해 2020년 2분기(-3.0%) 이후 10분기 만에 역성장했다.
올해 들어 경기 둔화 조짐은 더 뚜렷해졌다.
지난 1월 수출은 1년 전보다 16.6% 줄어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째 감소세가 지속됐고, 1월 무역적자는 월간 기준 역대 최대인 126억5천만달러를 기록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2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내수 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 부진 및 기업 심리 위축이 지속되는 등 경기 흐름이 둔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의 올해 경제 전망을 부문별로 살펴보면 민간소비는 실질구매력 둔화, 원리금 상환부담 증대 등으로 회복세가 완만해져 올해 2.3% 늘어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0.7%였던 설비투자 증가율은 글로벌 경기둔화와 금융비용 증대 등으로 올해 -3.1%로 부진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건설투자 역시 주택경기 둔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감소 등이 하방요인으로 작용, 지난해(-3.5%)에 이어 올해도 0.7%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상품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3.1%에서 올해 0.5%로, 상품수입 증가율은 4.6%에서 -0.2%로 각각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내수의 순성장 기여도는 지난해 1.9%포인트에서 올해 1.3%포인트로, 수출의 순성장 기여도는 0.7%포인트에서 0.3%포인트로 각각 축소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취업자수 증가폭은 13만명으로 전년(82만명) 대비 급감하고, 실업률은 같은 기간 2.9%에서 3.4%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해 298억달러에서 올해 260억달러로 줄었다가 내년 480억달러로 회복할 것으로 예상됐다.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올해 1%대 중반, 내년 2%대 중반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은 이날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3.6%에서 3.5%로 소폭 내렸지만 여전히 3%대 중반은 유지했다.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인 2%를 훨씬 웃도는 만큼 올해도 고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흐름 자체는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인 셈이다.
올해 3%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면 지난해(5.1%)를 제외하면 2011년(4.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 된다.
한은은 오는 2024년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는 2.4%,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6%를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당시와 비교하면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각각 0.1%포인트 상향 조정한 것이다.
물가 상승률이 한은 목표인 2%대로 다시 내려오고 성장률은 잠재성장률 수준인 2%대를 회복, 우리 경제가 정상 경로에 들어설 것으로 예측한 셈이다.
한은은 "향후 국내경제는 글로벌 경기둔화,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상반기 중 부진한 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하반기 이후에는 중국 및 IT경기 회복 등으로 점차 나아지겠지만 전망 불확실성은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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