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리다웨이 신임 해협교류기금회 이사장 겨냥한 발언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 당국이 대만의 해협교류기금회(해기회)에 '하나의 중국' 원칙에 바탕을 둔 '92공식'을 수용하면 양측 민간 교류가 재개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대만 연합보가 23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전날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의 주펑롄 대변인은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주 대변인의 이런 언급은 지난달 천젠런 신임 행정원장(국무총리 격) 지명을 계기로 한 내각 개편에서 해기회 회장에 총통부 비서장 출신의 리다웨이가 임명된 걸 겨냥한 발언이다.
그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간 민간 교류가 6년 이상 중단됐다고 상기시키면서 양측이 협상하고 연락하는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건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국무원 산하에 대만공작판공실, 대만은 행정원 아래 대륙위원회라는 정부 기구를 두고 양안 문제를 논의해왔다.
이와는 별도로 원활한 소통을 위해 1991년 대만의 해기회, 중국의 해협양안관계협회(해협회)가 설립돼 친척 방문 등 민간 교류와 함께 양안 회담을 해왔다.
두 단체는 민간단체를 표방하지만, 모두 정부 입장을 대변한다.
이 때문에 1999년 민주진보당(민진당) 출신의 리덩후이 대만 총통이 '두 개의 국가론'을 제창한 걸 계기로 해협회와 해기회 간 대화도 중단됐다.
이어 2008년 국민당 출신의 마잉주 총통 집권 이후 대화가 재개됐다.
이후 두 단체는 해운, 항공, 우편 분야 협력 등 경제 분야에 대한 12개 협정을 체결하며 양안의 교류·협력 확대를 주도해 왔다.
그러나 대만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총통이 2016년 집권한 이후 두 단체의 대화가 단절돼 현재 상황에 이르렀다.
해기회는 주 대변인의 '92공식 수용 조건의 해협회-해기회 교류 가능' 언급에 대해 양안 간 실무적인 의제 처리는 정치와 무관하다고 반발했다.
대만 대륙위원회도 양안은 이성적으로 평등하며 상호 존중돼야 한다면서 어떤 정치적인 전제가 있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9일과 10일 베이징에서 샤리옌 국민당 부주석을 별도로 만났던 쑹타오 중국 대만사무판공실 주임과 왕후닝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은 각각 '하나의 중국' 원칙을 구현한 92공식 수용을 촉구한 바 있다.
1992년 중국과 대만이 이룬 공통인식이란 뜻인 '92공식'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그 표현은 각자의 편의대로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만의 민진당 정부는 합의가 이뤄진 적이 없다며 사실상 92공식을 부정하고 있으나 국민당은 인정한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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