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양자 우위' 달성 후 또다른 이정표"
과학지 네이처에 논문 발표하고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구글 소속 물리학자들이 양자컴퓨터 상업화를 위해 필수적 단계인 '양자컴퓨터 오류 정정 코드' 기술의 가능성을 실험으로 확인했다고 과학저널 '네이처'가 22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구글이 세운 총 6단계 상업화 로드맵의 2단계에 해당한다고 이 회사는 설명했다.
"양자 오류 정정은 양자 컴퓨팅의 미래를 위한 가장 중요한 단일 기술"이라고 구글의 양자컴퓨터 하드웨어 부서 책임자인 줄리언 켈리는 설명했다.
양자컴퓨터는 큰 정수를 소수로 인수분해하거나 화학 촉매의 세부적 성질을 이해하는 등 기존 컴퓨터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할 잠재력을 지녔다는 기대를 받고 있으나, 상용화되려면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엄청나게 많다.
켈리 등이 속한 '구글 양자 인공지능'(Google Quantum AI)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이날 네이처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 오류 정정 코드 기술이란
연구 논문과 별도로 실린 네이처의 해설에 따르면 현재 쓰이는 모든 컴퓨터에는 '오류 정정 코드'라는 기술이 들어가며,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려면 이에 해당하는 기술 역시 고도로 발달해야만 한다.
모든 컴퓨터는 정보 연산이나 전송 과정에서 매우 다양한 온갖 이유로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반적인 컴퓨터 칩이나 전송 시스템은 정보를 '0' 또는 '1'로 표시되는 비트로 저장하는 동시에, 일부 정보를 중복된 '오류 수정' 비트에 복사해 정보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문제가 있으면 이를 바로잡는다.
예를 들어 절연벽이 완벽하지 않아 길 잃은 전자가 침투한다든지 우주로부터 오는 방사선이 통과한다든지 하는 여러 이유로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칩이나 통신시스템이 점검 과정을 통해 오류를 알아차리고 정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기존 기술 적용은 불가능…'양자 오류 정정' 방식들 고안
그러나 기존 디지털 컴퓨터에 쓰이는 이런 오류 정정 방식의 개념을 양자컴퓨터에 그대로 쓸 수는 없다고 켈리는 언론 브리핑에서 설명했다.
양자컴퓨터는 일반적 디지털 컴퓨터와 달리 '큐비트'라는 양자상태를 기반으로 작동하는데, 이는 고전적인 디지털 논리에 따른 '0'이나 '1' 중 어느 한 쪽이 아니라 두 가지 상태가 중첩된 상태로 존재한다.
양자역학적 상태를 파괴해 버리지 않고 큐비트를 완전히 해독할 방법은 양자역학의 근본 원리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큐비트 정보를 중복된 큐비트에 단순히 복사하는 방식으로는 양자컴퓨터에서 쓸 수 있는 오류 정정 시스템을 구현할 수 없다.
하지만 이론물리학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양자 오류 정정' 방식들을 개념적으로 고안해냈다.
이런 방식들은 대체로 '논리적 큐비트'라고 불리는 정보 한 큐비트를 담을 때 물리적 큐비트를 한 개만 쓰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를 쓰면 된다는 발상을 기반으로 삼고 있다.
그렇게 하면 양자컴퓨터가 이런 물리적 큐비트들 중 일부를 활용해 논리적 큐비트의 건전성을 점검해 오류 정정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논리적 큐비트 하나를 담기 위해 쓰는 물리적 큐비트가 많을수록 오류를 정정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설명이다.
네덜란드의 델프트 공과대학교에서 양자 오류 정정 시스템을 연구하는 바르바라 테르할 교수는 "양자 오류 정정에 다중화된 큐비트를 이용하는 방법의 장점은, '확장성이 있다'(it scales)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논문의 심사위원 세 명 중 한 명이었다.
테르할 교수는 "큰 코드 사이즈를 가지고 더 나은 (연산) 성능을 내는 것은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구글의 이번 성과는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물리적 큐비트를 더 많이 추가하면 두 개의 큐비트가 동시에 오류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글 연구원들은 두 가지 버전의 양자 오류 수정 절차를 수행했다.
하나는 17개의 큐비트를 사용해 한 번에 하나의 오류를 복구할 수 있었다.
이보다 더 큰 버전은 49개의 큐비트를 사용하여 두 개의 오류를 동시에 복구할 수 있었고, 작은 버전보다 약간 더 나은 성능을 보였다.
이에 대해 테르할 교수는 "현재 개선 폭은 매우 작으며, 더 큰 코드를 사용한다고 해서 더 나은 성능을 얻을 수 있다는 보장은 아직 없다"고 평했다.
◇ 실용화까지는 갈 길 멀어
구글 연구원들은 이번 연구를 통해 실용적인 '양자 오류 정정'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원론적 가능성을 확인했으나, 아직 개선 폭이 작으며 오류율을 훨씬 더 낮춰야 한다고 인정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의 구글 본사에서 양자 컴퓨팅 부문을 총괄하는 하트무트 네벤은 브리핑에서 "오류율이 조금 낮아졌지만 더 많이 낮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호라이즌 퀀텀의 물리학자 조 피츠시먼스는 여러 연구소에서 효과적인 오류 수정을 위해 큰 진전을 이뤘다며 구글의 최신 결과물에는 필요한 기능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고 논평했다. 그는 이번 구글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다.
다른 미해결 난제들도 아주 많이 남아 있다.
예를 들어, 양자컴퓨터가 실제로 계산을 수행할 수 있으려면 충분한 시간 동안 큐비트에 정보를 저장할 수 있어야 하지만, 구글 팀은 아직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피츠시몬스는 "확장 가능한 오류 수정의 설득력 있는 시연"이 이뤄지려면 이 점에 대해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2019년 '양자 우위' 이어 두번째 이정표"
구글 연구팀은 양자컴퓨터 상업화를 위해 6단계에 걸친 로드맵을 수립했으며, 이번 연구 성과는 2019년 이 연구팀이 달성한 '양자 우위'(quantum supremacy)에 이어 2단계 이정표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양자 우위'란 특정한 문제를 기존의 디지털 컴퓨터로 푸는 것보다 양자컴퓨터를 푸는 쪽이 성능이 더 뛰어난 경우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구글은 양자컴퓨터 상용화를 위한 최종 6단계로 '1천개의 논리적 큐비트를 담는 100만개의 물리적 큐비트로 구성된 기계'를 꼽고 있다.
네벤은 "그 단계가 되면 상업적 가치를 자신 있게 약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글은 양자컴퓨터의 구현을 위한 개념적 틀 중 '초전도 큐비트'라는 쪽이 가장 유망하다고 보고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네벤은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다른 접근 방식이 사용 가능한 양자 컴퓨터에 더 빨리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 명확해지면 순식간에 방향을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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