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신문 "반격능력 보유 이어 안보정책 대전환"
헌법에 기초한 '평화주의' 원칙 훼손 우려도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일본 정부와 여당 내에 살상 능력이 있는 무기의 수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23일 도쿄신문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집권 자민당의 구마다 히로미치(熊田裕通) 의원은 이달 열린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불법적 침략을 받은 우크라이나의 방위 목적으로도 현재 (일본은) 살상 능력이 있는 장비를 이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럽과 미국은 전차와 탄약 등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고 있지만, 일본은 방탄조끼나 민생용 차량 등의 지원에 그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하마다 야스카즈(浜田靖一) 방위상은 "장비 이전은 일본에 있어 바람직한 안보 환경 창출과 국제법을 위반한 침략 등을 받은 나라에 대한 지원을 위해 중요한 정책 수단"이라고 답변했다.
도쿄신문은 하마다 방위상의 이런 발언에 대해 "원칙적으로 살상 능력이 있는 무기의 수출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의) 운용지침 개정에 긍정적인 자세를 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는 1960~70년대 이후 헌법 9조의 '평화주의'에 근거해 국제분쟁을 조장하지 않는다는 이념에 따라 무기 수출을 사실상 금지해왔다.
그러나 제2차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때인 2014년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을 마련해 국제평화에 공헌하고 일본의 안보에 기여할 경우 분쟁 당사국을 제외한 나라에 무기를 수출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운용지침을 통해 공동개발국을 제외하고는 전차와 전투기 등 살상 무기의 수출은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작년 12월 개정한 국가안전보장전략에 방위 장비 수출을 안보 협력의 중요한 수단으로 규정하면서 살상 무기 수출 금지 원칙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와 여당은 올해 4월 이후 운용지침 개정 논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신문은 이런 움직임에 대해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서 유럽·미국과 보조를 맞추고 싶다는 의도가 있다"며 "대(對)중국을 염두에 두고 동남아시아에 무기를 수출해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국내 방위산업의 수익 강화도 도모하겠다는 의도도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살상 능력이 있는 무기 수출을 허용하면 '적 기지 공격 능력'(반격 능력) 보유에 이어 안보 관련 정책의 대전환이 된다"면서 헌법에 기초한 평화주의 원칙의 훼손을 우려하는 전문가의 목소리도 전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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