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부패 폭로' TV인터뷰 방송 하루 만에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전력난에 책임을 지고 다음 달 말 물러날 예정이던 국영전력공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며칠 안 남은 잔여 임기마저 채우지 못하고 퇴출당했다고 현지 온라인매체 IOL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남아공전력공사 에스콤은 전날 오후 늦게 안드레 드 루이터 CEO가 즉시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에스콤은 성명에서 "특별 이사회를 열고 드 루이터의 CEO 재임 기간을 애초 3월 31일까지에서 2월 28일까지로 줄이기로 합의했다"며 "이사회는 더 나아가 그가 2월 28일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즉시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CEO 대행을 물색하고 있으며 곧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스콤의 이번 결정은 지난 21일 밤 요하네스버그 eTV가 방영한 인터뷰에서 드 루이터가 에스콤에 여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고위 정치인들이 연루된 부패가 만연하다고 폭로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드 루이터는 인터뷰에서 "여당과 정부의 최고위층 인사들은 에스콤에서 벌어지는 각종 부패와 에스콤이 ANC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음푸말랑가주의 범죄조직이 에스콤에서 매달 약 10억 랜드를 훔치고 있다"며 "이에 대해 별다른 조치가 없다"고 했다.
드 루이터는 갈수록 악화하는 순환단전(로드셰딩) 사태에 책임을 지고 지난해 12월 사의를 표명했다. 다만 후임자를 찾을 수 있도록 3월 말까지 CEO 직책을 수행할 예정이었다.
그는 또 사표를 제출한 직후 시안화물이 섞인 커피를 마시는 등 독살 시도를 당해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도 전했다.
남아공은 전체 전력 공급의 80%를 차지하는 화력발전 시설을 에스콤이 제때 정비하지 못하면서 15년 넘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에스콤은 전면적인 '블랙아웃'을 예방하기 위해 최근 수년간 지역별로 시간대를 나눠 단전하는 방식으로 부하를 조정하는 순환단전(1∼8단계)을 시행해 왔으나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순환단전을 시행한 날은 207일로 2021년 75일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지난해 10월 31일부터 이날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순환단전이 이어져 아프리카에서 가장 산업화한 남아공의 경제 성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순환단전을 4단계에서 6단계로 상향 조정하면서 감당해야 하는 정전 시간도 하루 8시간에서 최장 12시간까지 늘어났다.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지난 9일 연례 국정연설에서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하고 전력난 해결에 전념할 전기부 장관을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기부 장관은 2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임명되지 않고 있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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