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연맹, 악용사례 공개…국세청 "허위 제보, 과세에 활용 안 해" 설명
(세종=연합뉴스) 차지연 기자 = 탈세 제보 포상금 제도가 허위·음해성 제보를 통한 사적 복수 수단으로 활용되는 등 악용 사례가 상당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납세자연맹은 27일 법원 판결과 조세심판원 심판 사례 등을 분석해 탈세 제보 포상금 제도가 악용된 사례를 공개하면서 "제도의 입법 취지와는 달리 원한이나 음해에 의한 허위·추측 제보가 만연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연맹이 공개한 조세심판 사례를 보면, A 회사 전무와 부장은 대표에게 돈을 뜯어낼 목적으로 허위 탈세 제보를 한 뒤 대표를 협박했다.
대표는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고 전무와 부장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전무는 이후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국세청 부동산거래관리과에 재직하던 공무원 B가 C로부터 'D와의 토지 매매 분쟁을 해결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탈세 제보서를 작성해 내연녀에게 대신 제출하게 한 사건도 있었다.
이 제보서는 B의 소속 과에서 접수한 뒤 일선 지방청으로 내려갔고 D는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연맹은 전직 공무원이 B처럼 탈세 제보서를 직접 작성한 뒤 다른 사람을 통해 제출하고 '포상금 나눠먹기'를 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전했다.
부실시공 때문에 해고된 직원이 앙심을 품고 탈세 제보로 협박하거나, 수익 배분 과정에서 동업자와 사이가 틀어진 사람이 탈세 제보를 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혼 중이나 이혼 후 전 배우자에게 탈세 제보를 하겠다며 협박하는 사례, 민사소송에서 패한 뒤 탈세 제보를 한 사례, 상속 다툼 중 형제간 탈세 제보에 나선 사례 등 사적인 원한으로 허위·추측 허위 제보를 하는 사례가 상당했다고 연맹은 설명했다.
연맹은 "허위로 탈세 제보를 해도 제보자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무고 등으로 형사처벌을 하기 어렵고, 여기에 포상금이라는 유혹까지 있어 악용 사례가 많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은 탈세 제보 신고서에 '허위일 경우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문구가 있으나 한국은 전혀 없다"며 "한국도 형사처벌 규정을 도입해 신고서에 관련 문구를 삽입하고, 탈세 제보자 개인정보는 지우더라도 조사받는 기업과의 관계나 제보 목적은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간 탈세 제보 건수(2019년 기준)가 한국은 2만2천444건, 미국은 1만1천394건으로 한국이 미국의 2배인 이유도 한국에서는 일방적인 주장을 담거나 허위·과장된 제보를 해도 아무런 제재가 없기 때문이라고도 설명했다.
연맹은 또 "독일, 프랑스,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영국,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탈세 제보 제도가 있지만 포상금을 주지는 않는다"며 "'감시에 의한 성실 납세 의식 증가' 이익보다 불신 조장 등 손실이 큰 탈세 제보 포상금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국세청 관계자는 "허위 제보나 구체적 증빙이 없는 제보는 과세에 활용하지 않도록 해 음해·추측성 제보로 인한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탈세 제보는 고도화·지능화한 탈세 행위에 대응하는 주요 수단"이라며 "포상금 제도를 더욱 내실화해 애초의 공익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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