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가문 재집권 경계해야"…마르코스는 "국가통합" 성명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독재자 고(故) 페르디난드 마르코스를 권좌에서 쫓아낸 필리핀 시민혁명인 '피플 파워'가 일어난 지 37주년을 맞아 수도 마닐라에서 현직 대통령인 그의 아들을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25일 AFP통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수백 명의 필리핀 시민들은 이날 마닐라에 있는 피플 파워 기념 조형물 앞에 모여 마르코스 대통령 규탄 시위를 벌였다.
참가자들은 현직 대통령인 마르코스와 전임 로드리고 두테르테를 "파시스트 독재자"라고 비난했다.
인권 운동가인 메리 존 마난잔 수녀는 "마르코스 가문이 다시 권력을 잡게 된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 훌리오 몬티놀라는 지난해 마크코스의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안타깝게도 젋은 세대는 시민혁명의 정신과 메시지를 모르고 있다"고 전했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1965년부터 20년 넘게 집권하면서 계엄령을 선포해 수천 명의 반대파를 고문하거나 살해해 국제사회에서 독재자로 악명을 떨쳤다.
그러나 결국 1986년 2월 25일 시민혁명인 '피플 파워'가 일어나자 하와이로 망명해 3년 후 사망했다.
이후 선친의 이름을 물려받은 장남은 1990년대에 필리핀으로 돌아와 가문의 정치적 고향인 북부 일로코스노르테주에서 주지사와 상원의원에 선출됐다.
또 작년 5월 9일에는 대선에서 승리한 뒤 6월 30일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가문의 재집권에 성공했다.
한편 마르코스 대통령은 이날 피플 파워 기념 조형물에 화환을 보내고 '국민통합'을 당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고난의 시기를 극복함으로써 국가의 결속을 다지게 됐다"면서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치적으로 다른 신념을 지닌 사람들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밀겠다"고 말했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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