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이후 삼성·애플 스마트폰 점유율 53→3%…중국은 40→95%
중국 체리·창청 자동차, BMW·벤츠 밀어내고 '톱10' 약진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시장에서 외국 기업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중국 브랜드가 빠르게 메웠다고 25일(현지시간) 미국 CNN 비즈니스가 보도했다.
이 매체는 러시아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이 제품 출하를 중단하면서 샤오미 등 중국 업체가 휴대전화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자동차 시장 상황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전쟁 전인 2021년 12월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1∼2위였던 삼성과 애플의 점유율은 각각 35%, 18%로 합하면 53%였으나 이는 2022년 12월 각각 2%, 1% 등 총 3%로 떨어졌다.
이에 비해 중국 제조사들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40%에서 95%로 약진했다. 러시아 스마트폰 판매 순위 최상위에는 샤오미와 리얼미 등 중국 제품이 올라 있다.
얀 스트리작 카운터포인트 부국장은 "중국 저가 브랜드 샤오미와 리얼미, 아너가 신속하게 반응해 기회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들 3개 브랜드의 지난해 3분기 러시아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각각 39%, 190%, 24% 증가했다.
특히 샤오미는 작년 한 해 동안 시장 점유율을 두 배로 끌어올리며 러시아 스마트폰 판매 1위에 오르는 등 최대 수혜자가 됐다.
자동차 시장도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여 르노·현대·기아 등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서 철수하면서 지리(Geely) 등 중국 자동차 브랜드가 약진했다.
S&P글로벌 모빌리티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러시아 시장에서 중국 체리와 창청 자동차가 상위 10위 승용차 브랜드로 올라섰다. 이에 비해 독일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는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자동차 시장 분석업체 오토스타트는 지난해 전반적인 자동차 시장 침체에도 러시아 시장에서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7% 증가한 12만1천800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산 브랜드인 라다도 지난해 시장 점유율이 28%로 전년도의 22%에서 올라갔다.
이 기간 기아차 점유율은 13%에서 10%로, 현대차는 10%에서 9%로 각각 줄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컨설팅회사 시노오토인사이트의 러투 대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외국 기업 철수로) 시장에 큰 공백이 생겼고 중국인들은 그 공백을 기꺼이 메웠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이 글로벌 브랜드들의 빈자리를 메우며 입지를 키웠지만, 러시아 시장 자체는 경기 침체로 위축했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 스마트폰 판매량은 33% 감소한 2천100만대였다. 유럽 스마트폰 판매량이 20% 줄어든 것보다 더 큰 감소 폭이다.
오토스타트는 지난해 러시아 자동차 시장 규모가 전년도보다 60% 쪼그라드는 등 상황이 악화했다고 분석했다.
시장 판도가 돌이킬 수 없이 바뀌었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고 애플, 삼성 등이 러시아에서 사업을 재개하면 점유율을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지금도 일부 소비자들은 카자흐스탄 등 주변국을 통해 병행수입된 애플이나 삼성 휴대전화를 구입한다.
프리미엄 브랜드 자동차를 원하는 소비자들도 마찬가지로 카자흐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으로 건너가 벤츠나 아우디를 사 온다.
그러나 외국 브랜드들이 러시아 시장으로 돌아오더라도 공급망을 재건하는 데 걸리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중국 기업이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결과적으로는 전쟁이 얼마나 오래 이어질 것이냐가 시장 판도를 결정할 것이다고 CNN 비즈니스는 지적했다.
시노오토인사이트의 러 대표는 "거칠게 비유하면 러시아와 중국 브랜드는 주역 배우들의 대역과 같은 존재"라며 "대역이 영구적인 역할을 맡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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