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외교 갈등 심화…페루, 대사 철수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페루 정부가 자국 정치 상황에 대해 거친 비난을 멈추지 않는 멕시코 대통령을 향해 강하게 반발하며 외교적 대응에 나섰다.
26일(현지시간) 페루 매체 RPP와 안디나 통신, 멕시코 일간지 라호르나다 등에 따르면 호세 테요 페루 법무부 장관은 멕시코 주재 페루 대사의 본국으로 돌아오게 한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 결정에 대해 "모든 페루 국민은 우리 대통령의 결정을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4일 페루 정부는 의회로부터 탄핵당한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에 대해 지속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며 마누엘 탈라베라 에스피나르 주멕시코 페루 대사를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은 TV 연설에서 "멕시코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내정 간섭을 하고 있다"며 이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성토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카스티요 전 페루 대통령의 탄핵과 구금 이후 페루 전역에서 소요 사태가 지속되는 것과 관련, "쿠데타 세력이 합법적인 대통령을 축출했다"라거나 "현 페루 정부와 대통령은 가짜"라고 공개적으로 수시로 힐난했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 가족 망명도 허용한 멕시코 대통령은 전 페루 영부인이었던 릴리아 파레데스 여사와 최근 만나 카스티요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를 약속하기도 했다.
페루 대사 철수에 유감 성명을 발표한 멕시코 외교부는 "우리는 페루에 있는 우리 국민 보호와 지원을 위해 대사관을 유지하며 외교적 소통 채널을 계속 열어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요 페루 법무부 장관은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자신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며 "지금까지의 간섭이 양국 간 매우 견고한 역사적 관계를 손상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페루 검찰은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남동부 원주민 밀집 지역을 비롯한 페루 전역에서 두 달 넘게 이어진 반정부 시위에서 60여명이 사망한 것과 관련, 대량 학살(제노사이드), 살인, 중상 등 혐의로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과 알베르토 오타롤라 총리 등에 대한 예비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볼루아르테 대통령이 검찰총장에게 자신에 대한 조사 시점을 놓고 '외압을 가했다'는 문제 제기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테요 페루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이 일정 변경을 요청한 적은 없다"고 일축한 뒤 "정부가 사망자 유족들과 만나 지속해서 대화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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