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립되는 러시아와 우주개발 협력서 '손절' 중"

입력 2023-02-27 10:54  

"중국, 고립되는 러시아와 우주개발 협력서 '손절' 중"
블룸버그 "中, 고립된 러와 함께할 이유 점점 줄어"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국과 러시아가 밀착하고 있지만 우주개발 분야에서는 중국이 러시아를 차츰 외면하는 모양새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27일 보도했다.
러시아의 우주 분야 경쟁력이 예전만 못한 모습을 보여온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면서 더욱 사정이 좋지 못해 중국으로선 함께 할 이유가 갈수록 적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관영 언론들은 최근 달 기지 건설 등 우주개발 사업의 진행 상황과 성취를 전하는 뉴스에서 러시아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2021년 공동 달 탐사 계획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양국의 우주 사업 협력 관계는 공고하게만 보였다. 러시아의 오랜 경험과 중국의 최신 기술이 합해져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전부터도 러시아가 중국에 어떤 것을 제공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이 있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마리엘 보로위츠 조지아 공대 교수는 "러시아는 여전히 우주 분야의 거물이지만 러시아의 우주개발 프로그램의 그간 궤적을 보면 예산이나 인력 등에서 쇠퇴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작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엔 중국은 외교적으론 러시아와 협력 관계를 강화하면서도 우주개발 분야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게 됐다.
작년 9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우주대회에서도 중국 대표단은 달 개발 계획을 얘기하면서도 러시아와 협력 관계는 언급하지 않았다.
러시아 우주개발 사업 수장인 유리 보리소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 사장이 이번 주 중국을 방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국의 태도를 바꾸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블룸버그는 보리소프 사장은 작년 말 러시아 언론에 중국과 새로운 우주 개발 관련 협정을 맺었다고 소개한 반면, 중국은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고 이미 우주정거장 등 우주 개발과 관련한 목표를 스스로 달성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중국 상하이 화동정법대학의 허치쑹 교수는 "중국의 우주 프로그램은 러시아를 넘어서지는 못했을지언정 거의 따라잡았다"라며 "양국 간 협력은 실질적인 가치보단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크다"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우주개발 프로그램에 타격을 줬을 것이라는 데 이견이 거의 없다.

전쟁 이후인 작년 4월 22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유럽우주국은 로스코스모스와의 달 관련 계획을 취소하고 화성 탐사선 계획을 연기하는 등 협력 관계를 사실상 중단했다.
러시아의 고립으로 중국은 더욱 우주개발 사업을 함께 할 다른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우주 산업이 나날이 성장해 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중국은 홀로 미국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달 개발과 관련해 20여 개 국이 미국의 아르테미스 협정에 참여했지만 어느 국가도 중국과 러시아의 공동 달 개발 계획엔 동참하지 않았다.
최근 아르테미스 협정에 들어간 국가 중에는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와 르완다도 포함돼 있어 중국에 좌절감을 안겼다. 이는 아프리카에서 외교적 영향력을 키우려는 중국에 적잖은 타격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다 지난달 유럽우주국이 중국이 최근 건설한 우주정거장 톈궁을 이용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2015년 양자 간 체결한 협정을 깬 것이다.
영국 런던의 킹스 칼리지 강사인 마크 힐본은 "중국과 미국 간 경쟁 구도가 형성돼 있지만 지금으로선 미국에 더욱 협력적인 파트너가 훨씬 더 많다"라고 말했다.
bana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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