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쟁이 아니다"·"전쟁광이냐"는 목소리도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맞아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고 AFP 통신·영국 일간 가디언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독일 수도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는 경찰 추산 1만3천 명, 주최 측 추산 5만 명이 모여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을 중단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평화를 위한 반란'이라는 이름의 이 시위대는 '오늘은 헬멧, 내일은 탱크, 모레는 당신의 아들'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독일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독일 정부는 전쟁 초반에는 우크라이나에 군용 헬멧 5천 개를 보내면서 살상 무기 지원에는 선을 그었지만 지난달 주력 전차로 꼽히는 레오파르트 2 전차 14대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등 지원 대상을 확대한 바 있다.
시위대는 "수류탄 대신 외교관을 보내라", "살인을 멈춰라", "나의 전쟁이 아니다"라고 쓰인 피켓을 흔들면서 정부의 이 같은 노선 변경을 지적했다.
전직 군인 노르베르트는 "우리는 지금 전쟁의 노예이자 전쟁광과도 같다"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이 또 다른 전쟁에 참여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자신을 에디트라고 밝힌 한 여성은 마하트마 간디의 대형 초상화를 들고 "우리는 이 광기를 종식하기 위해 간디와 같은 비폭력 저항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대는 이제 독일이 무기 지원이 아니라 평화 협상 촉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시위를 공동 주최한 독일 좌파당 소속 자라 바겡크네히트 의원은 "새로운 무기로 끝나지 않는 소모전을 벌이는 대신 러시아에 협상을 제안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바겡크네히트 의원은 2주 전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 중단을 요구하는 '평화를 위한 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선언문에는 각계 인사 65만 명가량이 동참했다.
바겡크네히트 의원은 이번 분쟁으로 1980년대 핵전쟁에 대한 어린 시절의 두려움이 되살아났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전 세계로 확대될 위험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극우 성향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도 이날 트위터에 "개전 1년이 지난 지금은 확전이 아닌 평화 협상을 위한 진지한 노력이 필요한 때"라면서 "평화를 외치는 사람들이 반역자 취급을 받는 건 걱정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프랑스에서도 수도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 경찰 추산 3천 명이 모여 우크라이나 국가를 부르면서 평화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남부 도시 몽펠리에 등 곳곳에서도 수백 명이 모여 이제는 확전이 아닌 평화가 필요한 때라고 촉구했다.
몽펠리에에서 열린 시위에 2세 딸과 함께 참가한 리투카 크세니아라는 "전쟁이 곧 끝날 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지금 고통받고 있고 앞으로도 고통받을 것이라는 점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도 그간 우크라이나에 세자르 곡사포 수십 문과 포탄 수천 발을 제공하는 등 살상 무기를 지원해왔다.
지난달에는 250㎞ 떨어진 거리에서 적기를 탐지할 수 있는 그라운드 마스터 200 레이더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키로 했다고도 밝혔다.
hanj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