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새 합의로 신냉전 속 서방 단일대오 강화되나

입력 2023-02-28 11:26  

브렉시트 새 합의로 신냉전 속 서방 단일대오 강화되나
영국-EU, '갈등 불씨' 북아일랜드 문제 풀 '윈저 프레임워크' 도출
"서방, 우크라전 뒤 '발등의 불' 외교안보협력 걸림돌 제거" 평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영국과 유럽연합(EU)의 새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합의는 서방 응집력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정부와 EU 행정부격인 집행위원회가 합의한 '원저 프레임워크'는 브렉시트 후 북아일랜드를 두고 지속된 갈등을 완화할 대책으로 주목된다.
북아일랜드는 영국의 일부이지만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정치,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라서 브렉시트 때 난제로 돌출했다.
영국은 2021년 EU 탈퇴를 법적으로 완료하고 재화·서비스·자본·노동력이 장벽없이 오가는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떠났으나 북아일랜드는 그럴 수 없었다.아일랜드가 1949년 영국에서 독립했을 때 영국의 일원으로 남은 북아일랜드는 브렉시트 전까지 EU 회원국으로서 아일랜드와 같은 생활권을 유지했다.
브렉시트가 엄격하게 단행되면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는 남북으로 엄격한 국경이 생겨 사람 이동이나 물품 통관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이는 북아일랜드에서 반세기 동안 지속된 영국 연방파와 분리독립파의 유혈 충돌을 끝낸 1998년 벨파스트 협약을 위반하는 것이라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굿프라이데이 협정으로도 불리는 이 평화합의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의 자유로운 통행, 통관을 보장하는 대신 아일랜드가 북아일랜드 영유권을 포기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영국 정부는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브렉시트 때 일단 북아일랜드는 EU 단일시장, 관세동맹에 남기고 EU 규제를 받도록 했다.
이는 영국 내부에서 심각한 정치적 갈등을 불렀다.
북아일랜드가 사실상 EU 관할권에 남는 데다가 영국과 EU의 상품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뒷구멍으로 악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자국 본토와 북아일랜드의 경계선인 바다에 동서로 사실상 국경을 세울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애초 브렉시트의 취지가 EU의 간섭, 주권 침해에서 벗어나 옛 영광을 되찾자는 것이었던 만큼 이 같은 상황은 보수 강경파의 분노를 계속 자극했다.
결국 강경 브렉시트파인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북아일랜드와 관련한 EU와의 협약을 정부가 파기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는 브렉시트 후 그렇지 않아도 껄끄럽던 영국과 EU의 관계를 현격히 악화시킬 수 있는 화약고로 여겨졌다.

영국과 EU가 이날 합의한 '윈저 프레임워크'는 영국과 아일랜드섬 사이에 장벽을 없애겠다는 계획으로 요약된다.
양자는 본토에서 북아일랜드로 물품이 넘어올 때 최종 목적지를 북아일랜드, EU로 나눠 검역·통관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영국은 북아일랜드에 적용되는 부가가치세, 보조금 등을 정하는 등 주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북아일랜드 의회는 EU 법규가 적용될 때 제동을 걸 수 있게 됐고 이를 통해 영국 정부가 사안에 개입할 권한을 확보하게 된다.
EU는 북아일랜드와 관련한 협약에 대해 최종 중재권을 유럽사법재판소(ECJ)에 두는 방식으로 규제권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는 그간 EU 주요국과 영국 사이의 만성적 갈등을 봉합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영국은 2016년 브렉시트를 결정하고, 장기간 결별협상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EU를 주도하는 독일, 프랑스 등과 계속 갈등을 빚어왔다.
특히 영국이 북아일랜드와 관련된 브렉시트 협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할 움직임까지 보이면서 영국과 EU 사이의 긴장은 무역전쟁 발발이 거론될 정도의 위험수위를 맴돌았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맥락에서 이번 합의가 국제적으로 주목할 새 출발이라고 진단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영국과 EU의 관계가 한층 개선될 길이 열렸다"며 "윈저 프레임워크를 반길 더 넓은 지정학적 이유도 있다"고 짚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진영구축이 노골화하는 터라 서방으로서는 안보, 외교정책 협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북아일랜드 문제는 강력한 안보동맹국인 미국과 영국 사이에 잠복한 갈등 요인이기도 했다.
아일랜드계 미국인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북아일랜드 문제 때문에 벨파스트 협정이 와해할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우려했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브렉시트에 따라 미국과 영국이 새로 체결하게 될 자유무역협정(FTA)을 지렛대로 삼아 북아일랜드 문제의 합리적 해결을 영국에 압박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까닭에 영국과 EU가 이날 '윈저 프레임워크'에 합의하자 "벨파스트 협정으로 어렵게 획득한 평화와 진전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한 '중요한 진전'"이라고 반색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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