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쥐라기월드'서 묘사된 무시무시한 발톱 무기는 가능성 희박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영화 '쥐라기 월드'의 공룡 '테라지노사우루스'(Therizinosaurus)는 약 1m에 달하는 낫처럼 생긴 긴 발톱을 휘둘러 대형 육식공룡 기가노토사우루스도 죽이는 것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가늘고 길쭉한 이 발톱이 다른 공룡과의 싸움에서 무기로 활용되기에는 너무 약해 장식용으로 활용됐을 것이라는 이색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브리스틀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과 중국과학원 산하 '척추고생물학·고인류학연구소'(IVPP)은 용도가 불분명했던 테라지노사우루스와 알바레즈사우루스의 발톱을 분석한 결과를 과학 저널 '커뮤니케인션스 바이올로지'(Communications Biology)에 발표했다.
닭 크기의 작은 공룡인 알바레즈사우루스는 뭉툭한 앞다리에 하나의 발톱을, 테라지노사우루스는 공룡 중에서는 가장 긴 3갈래의 발톱을 갖고있다.
연구팀은 이 공룡의 발톱을 현존 동물과 비교해 기능을 분석할 수 있는 생체역학적 컴퓨터 모델을 개발해 분석에 활용했다. 우선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3차원 발톱을 만든 뒤 공학적 기법으로 응력과 변형률을 적용하고 발톱의 기능이 확인된 현존 동물과 비교해 용도를 찾아냈다.
그 결과, 테라지노사우루스의 발톱은 어떤 기계적 기능도 할 수 없고 공작의 깃털처럼 짝짓기 대상을 유혹하거나 경쟁자를 물러나게 하는 장식용인 것으로 분석됐다.
논문 공동저자인 IVPP의 랴오춘츠 박사는 "테라지노사우루스는 영화 '쥐라기 월드'에서 사무라이 칼처럼 긴 발톱을 '가위손'같이 빠르게 쓰며 사슴을 찌르고 기간토사우루스를 죽이는 것으로 유명하다"면서 "그러나 길고 좁은 발톱은 싸움에 이용하기에는 너무 약해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테라지오사우루스 전문가인 그는 "어떤 동물보다 큰 테라지노사우루스의 발톱이 성선택에 의해 상대방에게 과시하는 용도로 진화해 온 것이 분명하다"면서 "테라지오사우루스 성체가 경쟁자에게 발톱을 흔들며 '이것보고 물러서'라고 위협하거나, 공작이 꼬리를 펼쳐 보여주며 암컷을 유혹하는 것처럼 발톱을 보여줬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알바레즈사우루스의 발톱은 먹이인 개미굴을 파는데 이용된 것으로 분석됐다.
백악기 말기 가장 작은 공룡으로 진화한 알바레즈사우루스는 초기에는 다양한 기능을 하는 발톱을 가졌지만 개미굴을 파는데 적합하지 않아 몸집이 작아지며 외발톱을 갖게된 것으로 분석됐다.
논문 공동 저자인 브리스틀대학의 에밀리 레이필드 교수는 "과학과 기술이 공룡을 되살릴 수는 없지만 첨단 컴퓨터와 공학기술을 이용해 멸종동물의 생활방식을 보여줄 수 있다"면서 "알바레즈사우루스와 테라지노사우루스는 유사한 종을 찾을 수 없을 만큼 특이했지만 첨단기술의 도움으로 기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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