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미성년자 성 학대 혐의로 기소된 미국의 전 추기경이 고령에 치매를 앓고 있다는 이유로 공소기각을 요청했다.
2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시어도어 매캐릭(92) 전 추기경의 변호인단은 미성년자 성 학대 혐의를 받는 매캐릭 전 추기경이 치매로 재판을 받을 수 없는 상태라며 이날 법원에 공소기각 신청을 냈다.
변호인단은 매캐릭 추기경이 존스홉킨스의대 교수진의 검사를 받아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치매를 앓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기각 신청서에서 밝혔다.
변호인단은 "(매캐릭 전 추기경이) 해당 형사고소 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데다 인지능력 손실이 진행 중이고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여서 변호인과 충분히 상의하거나 변호를 돕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매캐릭 전 추기경은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고 변호인단은 덧붙였다.
그는 1970년대에 당시 10대였던 소년을 성폭행하고 구타했다는 혐의로 2021년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피해 남성은 어릴 때부터 자신의 가족과 친하게 지내던 매캐릭 전 추기경으로부터 수년간 성적 학대를 당했으며 16세이던 1974년 매사추세츠주 웰즐리대에서 열린 가족 결혼식 피로연장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매캐릭 전 추기경은 이 남성을 성폭행한 뒤에 '성모송'과 '주기도문' 등 기도를 올리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매캐릭 전 추기경은 현재 미주리주에 살고 있다. 그가 매사추세츠주를 떠나면서 공소시효가 멈췄기 때문에 수십 년 전 혐의에 대해 기소가 가능했다고 AP는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27일 심문에서 매캐릭 전 추기경이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상태인지 확인하기 위해 별도로 전문가를 고용하겠다고 판사에게 말했다. 검찰은 공소기각 신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피해자의 변호인으로, 다수의 성직자 성 학대 사건을 맡았던 미첼 개러비디언은 "의뢰인은 범죄 사실을 알리는 데에 큰 용기를 발휘했으며 사건을 끝까지 지켜보고자 한다"면서 "경험상 (성폭행) 혐의를 받는 성직자들은 재판이 다가올수록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고 주장하곤 한다"고 말했다.
1958년 뉴욕에서 사제서품을 받은 매캐릭은 2000년 미국 워싱턴DC 대주교로 임명된 데 이어 2001년에는 교황 다음으로 높은 직위인 추기경으로 서임되는 등 미국 가톨릭계 최고위직 인사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하지만 1970년대 10대인 복사(사제의 미사 집전을 돕는 소년)를 성폭행했다는 피해자의 폭로가 2017년 나온 뒤 여러 건의 성 학대 의혹이 불거졌고, 이듬해 2018년 추기경직에서 면직됐다. 2019년 초에는 교회 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돼 사제직도 박탈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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