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2년차 접어든 시점서 러와 거리두기 촉구할 듯
NYT "러, 아직 반응 없지만 일종의 도발로 볼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 차에 접어든 시점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러시아의 '앞마당'으로 여겨지던 중앙아시아를 처음으로 방문해 눈길을 끈다.
블링컨 장관은 인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에 앞서 28일(현지시간) 옛 소비에트연방(소련) 국가인 카자흐스탄을 찾았다.
2021년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 정부 각료가 중앙아시아를 찾은 건 이번이 첫 사례다.
블링컨 장관은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 5개국 외교장관과 개별 회담 및 집단토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어 29일에는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를 방문한 뒤 G20 외교장관 회의 개최지인 인도 뉴델리로 이동한다.
블링컨 장관은 중앙아 외교장관들과의 일련의 회담에서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할 것을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러한 회담은 경제적, 혹은 군사적 지원을 얻으려는 러시아의 전 세계적 노력을 미국이 저지하려 시도하는 중대한 시점에 열리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도널드 루 미 국무부 남아시아·중앙아 담당 차관보는 24일 언론 브리핑에서 "주된 목표는 미국이 믿을 만한 협력국이란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 국가는 식량가격 상승과 고유가, 높은 실업률, 상품 수출의 어려움,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이후 느릿한 경기 회복, 러시아발 이민자 급증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미 당국자들은 수십년간 러시아와 군사·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온 중앙아 국가들이 하루 아침에 노선을 바꿀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카자흐스탄이나 우크베키스탄 등 일부 국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개적으로 비판하지는 않지만 지지하지도 않으면서 일정 거리를 둬 왔다.
이 나라들은 작년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보낼 병력을 충원하려고 부분동원령을 발령했을 때는 징집을 피해 해외도피하는 러시아 청년들을 대거 받아들이기도 했다.
특히, 카자흐스탄의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작년 6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SPIEF)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내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세운 미승인국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해 갈등을 노출한 바 있다.
그는 이달 16일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해 이번 사태의 외교적 해결을 촉구하며 양국의 인도주의적 관계를 논의하기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를 더욱 고립시키고 대러제재 전선을 유지하기 위해 이러한 상황을 이용하려 한다고 NYT는 분석했다.
중앙아 국가들이 앞장서서 러시아에 맞서지는 않더라도,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를 회피할 수 있도록 돕거나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러시아의 편에 서지 않기만 해도 큰 성과라고 판단한다는 이야기다.
앞서 중앙아 국가들은 23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긴급 특별총회에 러시아의 무조건적이고 즉각적인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이 상정됐을 때는 모두 기권표를 던지거나 출석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블링컨 장관의 이번 중앙아 방문에 러시아는 현재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정계의 일부 인사들은 이번 방문을 일종의 도발로 간주할 가능성이 크다고 NYT는 전망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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