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연구원·한국금융학회 주최 정책심포지엄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 미국이 대중국 금융제재를 시행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겠으나 한국 기업들의 불필요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외 당국과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정대희 한국개발연구원(KDI) 글로벌경제연구실 실장은 28일 오후 한국금융연구원·한국금융학회 주최로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지정학적 리스크가 금융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정책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 실장은 '국제적 금융제재와 금융리스크' 발표에서 미국의 대중국 금융제재 시행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제한된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정 실장에 따르면 중국은행의 부채 총액 중 글로벌 은행을 통한 달러 자금 조달액은 1% 중반 수준에 그쳐 금융제재가 중국 은행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의 대외 금융거래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조달 측면에서는 5%, 운용 측면에서는 10% 정도로 나타났다.
다만 개별 금융기관·기업이 제재의 영향을 받는 경우 금융거래 단절에 따른 손해뿐 아니라 거액의 벌금, 피해 소송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정 실장은 "국제 금융제재에 대한 일차적 대응은 미시적 차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부 금융기관·기업의 피해를 방지하는 것"이라며 "해외 제재 당국과 긴밀한 협조, 정보교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인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미중 무역분쟁이 양국 인플레이션 관계에 미친 영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허 교수는 미중 무역 관계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깊어졌으며, 2018년까지는 무역량이 계속 증가했다고 말했다.
허 교수에 따르면 미·중 사이의 관세 인상은 무역수지뿐 아니라 거시경제에도 영향을 준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고물가 해법 중 하나로 관세 인하를 제안하기도 했다.
허 교수는 "연구 결과 미국과 중국의 인플레이션은 중국의 WTO 가입으로 인해 상관관계가 높아졌다"며 "수요 압력과 원자재 상승을 고려해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역분쟁이 두 나라 무역 관계를 약화시키고 있으나 두 나라의 인플레이션 상관관계가 없어졌다고 볼 수 없다"며 "관세 인하로 세후 수입 가격을 낮춘다면 미 물가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 및 지정학적 환경변화와 국제 금융질서의 변동'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가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디지털 금융이 급속도로 확산하는 가운데 자국 우선주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환보유액 중 달러화 비중이 계속 감소해 50%대에 진입했고, 우리나라 결제 통화에서도 달러 비중이 소폭 축소됐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달러 지위 변화가) 추세적 흐름이라고 보기에는 시기상조"라면서도 "미국 주도 국제 금융질서가 미국 정부에 대한 신뢰 문제로 이어지고, 제재를 남발해 달러 중심 국제 금융질서로부터의 이탈 유인이 높아진다면, 미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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