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회 앞두고 제안 잇따라…"27년 모아야 한 명 온전히 양육"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앞두고 출산 장려 제안들이 잇따르지만, 중국인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1일 한때 중국의 각종 포털 사이트에 '자녀 양육비' 관련 해시태그가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양회를 앞두고 정협 위원과 전인대 대표들이 출산율 제고 방안을 건의하면서 자녀를 낳아 기르는 데 드는 비용이 다시 이슈가 된 것이다.
누리꾼들은 작년 4월 베이징 인구·공공정책 연구기관인 위와인구연구소가 발표한 '세계 각국 양육비 분석 보고서' 내용을 거론하며 "세계 최고 수준인 양육비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중국에서 자녀를 낳아 18세까지 기르는 데 드는 비용이 48만5천위안(약 9천240만원)으로, 2019년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6.9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2013년 기준으로 1인당 GDP의 7.79배에 달해 세계 1위에 오른 한국에 이어 2위 수준으로, 일본(4.26배)이나 미국(4.11배) 등과 비교해 월등히 높았다.
중국에서 자녀를 대학까지 졸업시키기까지 드는 양육비는 62만7천위안(약 1억2천만원)으로 훨씬 더 많아진다.
한국과 중국의 양육비 부담이 큰 요인으로 교육비와 보육비가 꼽혔다.
이와 관련, 중국의 누리꾼들은 "자녀 출산을 고민할 때 양육비만 고려해서는 안 된다"며 "자녀가 대학 졸업 후 결혼해서 경제적 독립을 이루기까지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한 누리꾼은 "소도시라 하더라도 자녀의 집 장만과 결혼식 예물 마련 등에 60만∼65만 위안이 든다"며 "자녀를 낳아 독립시킬 때까지 적어도 130만위안(약 2억5천만원)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인 95%의 월수입이 5천위안(약 95만원)으로 조사됐는데 맞벌이 부부라면 주택 담보 대출이나 할부로 구매한 차량이 없더라도 1년에 4만8천위안(약 914만원)을 모으기가 빠듯하다"며 "27년을 악착같이 모아야 자녀 한 명을 온전하게 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베이징 등 대도시라면 주택 마련 등에 훨씬 많은 돈이 든다"며 "한 명도 낳을까 말까 한데 출산 장려금 받겠다고 두 자녀, 세 자녀를 낳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중국 인구는 작년 말 기준 14억1천175만 명으로, 전년보다 85만 명 줄어 1961년 이후 61년 만에 처음 감소했다.
지방정부들은 출산 장려를 위해 둘째 자녀 이상 가정에 최고 1만위안(약 190만원)의 일회성 출산 보조금을 지급하고, 3살 때까지 매달 최고 1천위안(약 19만원)의 육아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오는 4일 개막하는 양회를 앞두고 정협 위원과 전인대 대표들의 출산 장려를 위한 제안도 잇따랐다.
양샤오친 쓰촨성 정협 위원은 출산 관련 의료비 면제, 세 자녀 가정 주택 담보 대출 금리 인하를 건의했고, 주례위 광둥성 전인대 대표는 미혼 여성에게 기혼 여성과 동등한 출산 관련 권리 및 처우 인정과 네 자녀 출산 허용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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