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치안 난제 산적…"이제 다 같이 한 팀 돼야"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나이지리아 집권 여당 범진보의회당(APC)의 대선 후보인 볼라 티누부(70)의 별명은 '라고스의 대부'였다.
1999년부터 2007년까지 나이지리아의 경제 중심지인 서남부의 라고스 주지사로 두 번의 임기를 지냈고, 이후에도 후임자 선택에 막후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무함마두 부하리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하며 '킹메이커' 역할을 했던 그는 "이번엔 내 차례"라며 한 번도 정치적 야망을 숨기지 않았다.
부정부패와 매표 경력 의혹도 받았지만, 막강한 자금력과 탄탄한 당내 기반을 토대로 이를 극복했다.
결국 나이지리아 선거관리위원회(INEC)가 1일(현지시간) 그의 당선을 공식 발표하면서 티누부는 평생 숙원을 이루게 됐다.
그러나 그는 정작 자신의 정치적 텃밭인 라고스주에서는 이번 선거 기간 줄곧 여론조사 결과 선두를 달린 노동당(LP) 피터 오비(61) 후보에게 밀렸다.
티누부는 라고스주 개표 결과 공표 이후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기 마련"이라며 지지자들에게 개표 결과를 차분하게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1952년 나이지리아 서남부 요루바족 출신 무슬림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1970년대 미국으로 건너가 식당 종업원, 택시 기사, 경비원으로 일하며 학업을 이어갔다.
1979년 시카고주립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의 컨설팅회사에서 경력을 쌓은 그는 1980년대 고국으로 돌아와 엑손모빌 현지 법인의 감사로 일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1990년대 군정 종식을 촉구하는 운동을 하며 정치에 발을 담근 그는 당시 군부 독재자 사니 아바차 대통령에 의해 한때 국외로 추방되기도 했다.
이후 라고스주 상원의원과 주지사를 지내며 정치적 입지를 다진 그는 진보세력을 결집해 2015년 부하리 대통령의 첫 당선을 도우며 지금은 제1야당인 인민민주당(PDP)의 1999년 군정 종식 이후 16년 집권을 끝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5월 29일 대통령에 취임하는 티누부 당선인의 앞에는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인구 2억1천만 명의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최대 인구 대국이자 산유국이지만 정부의 만성적인 부실 경영으로 치솟는 물가와 높은 실업률, 연료난 등 많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새 지폐 발행 이후 신권 부족에 따른 현금 대란까지 가중됐다.
보코하람 등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준동과 인질 몸값을 노린 납치 등 치안 불안도 여전하다.
이 밖에 개표 결과가 조작됐다며 재투표를 요구하는 PDP의 오랜 정적 아티쿠 아부바카르(76) 후보와 LP의 오비 후보 등 야권 후보들도 끌어안아야 한다.
티누부 당선인은 이날 선관위의 당선 공표 이후 수도 아부자에서 "이제 다 같이 한 팀이 돼야 한다. 우리의 유일한 나라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며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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