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첫 소행성 궤도수정 실험 5개월여 만에 종합 결과…"지구방어 낙관론 구축"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를 위협할 수 있는 소행성에 우주선을 충돌시켜 궤도를 바꾸는 인류 최초의 지구방어 실험인 '다트'(DART)가 미래의 충돌 위험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수단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됐다.
지난해 9월 '쌍(雙)소행성 궤도수정 실험'을 뜻하는 다트 우주선 충돌 과정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온 과학자들은 충돌 실험 5개월여 만에 종합적인 결과를 총 5편의 논문으로 정리해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 최신호(1일자)에 발표했다.
네이처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다트 우주선이 충돌한 지점과 충돌충격으로 인한 궤도 변화, 분출물의 작용, 꼬리를 가진 소행성 등을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우선 존스홉킨스대학(JHU) 응용물리학연구실(APL)의 행성과학자 테릭 데일리 박사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다트 우주선이 '디디모스' 소행성을 도는 160m 크기의 위성 '다이모르포스'을 찾아가 충돌하기까지의 과정을 재구성했다.
연구팀은 다트 우주선 본체가 두 개의 바위 사이에 충돌했으며 양쪽의 태양광 패널이 바위와 부딪힌 것으로 분석했다. 두 바위 중 하나는 충돌로 분쇄됐으며, 주변에서 가장 큰 바위는 약 6.5m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팀은 다트 우주선이 제한된 사전 관측만으로 지구에서 약 1천100만 ㎞ 떨어진 곳의 작은 소행성을 찾아가 시속 2만2천530㎞로 정확히 충돌한 것은 '운동충돌체'(kinetic impactor) 기술을 지구방어에 활용할 수 있는 첫 번째 중요한 기준을 충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사전정찰을 통해 충돌계획을 세우고 결과를 예측하는데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겠지만 지름 약 800m 이하 소행성은 사전정찰 없이도 충돌계획을 이행할 수 있는 것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적어도 수년 전에는 지구충돌 위험이 밝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번 다트 충돌 실험 결과는 "소행성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방어할 수 있는 인류의 능력에 대한 낙관론을 구축했다"고 덧붙였다.
노던애리조나대학의 행성과학자 크리스티나 토머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광도곡선과 레이더 관측으로 다이모르포스의 궤도가 33±1분이 짧아진 것으로 확인하고 그 동력을 분석했다.
다이모르포스는 지름 780m 소행성 디디모스를 11시간55분 주기로 돌다가 충돌 이후 11시간22분으로 짧아졌다.
다이모르포스의 공전 주기가 1분13초만 짧아져도 성공한 것으로 간주할 예정이었는데, 이보다 훨씬 더 크게 영향이 나타난 데는 우주선 자체의 충돌력과 함께 기차 6∼7량 분량에 달하는 1천여t의 암석과 먼지 등이 우주로 분출되며 반동력이 작용하였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운동충돌체 기술을 지구방어에 사용할 수 있는지를 입증하려면 고속으로 충돌해 궤도를 수정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하는데 다트는 이 두 가지 모두를 성공시켰다"고 했다.
APL의 앤드루 청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도 다트 우주선 충돌 뒤 다이모르포스의 운동량 변화를 분석해 분출물로 인한 반동력이 우주선 자체 충돌보다 더 큰 힘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밝혀냈다.
충돌 뒤 다이모르포스의 궤도 비행 속도가 초당 2.7㎜ 느려졌으나 나중에 2.2∼4.9배로 증폭된 점이 근거가 됐다.
시민과학자들이 관측한 자료도 활용됐는데, '지적 외계생명체 탐색(SETI) 연구소'의 아리엘 그레이코우스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다트 우주선 충돌 과정과 충돌 전후에 지구 곳곳에서 관측된 다이모르포스 자료를 분석해 분출물의 질량과 에너지, 시간 경과에 따른 추이 등을 분석해 제시했다.
이밖에 '행성과학연구소'의 리찌엔양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다트 우주선 충돌로 다이모르포스가 혜성처럼 꼬리를 가진 '활성 소행성'의 실증 사례가 돼 귀중한 분석 자료를 제공해 줬다고 밝혔다.
활성 소행성은 우주 충돌의 결과물인 것으로 제시돼 왔지만 지금까지 누구도 이를 보지 못했는데, 허블 우주망원경을 통해 그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관측함으로써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활성 소행성에 관한 이해를 넓힐 수 있게 됐다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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