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정당국 "금융인들 향락주의 타파해야"…금융계 '군기잡기'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지난달 연락이 두절된 중국 투자은행(IB) 차이나 르네상스(華興資本)의 바오판 회장이 부패 수사의 일환으로 구금돼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식통을 인용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바오판 회장이 돌연 사라졌고 이후 차이나 르네상스는 "바오 회장이 현재 중국 유관 기관의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하면서 조사 기관과 내용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소식통에 따르면 바오판 회장은 차이나 르네상스의 전 사장이자 그룹의 홍콩 증권 자회사 회장인 충린(叢林)과 관련한 건으로 중국 당국에 의해 구금당했다.
충린은 차이나 르네상스에 오기 전의 거래와 관련해 중국 당국의 조사 대상이 됐고 작년 9월에 구금돼 회사를 떠났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바오 회장이 구금되기 전 중국 당국은 그와 몇 달간 여러 차례 충린과 관련한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관들은 바오 회장에게 충린이 차이나 르네상스에 합류하기 전에 대출과 관련해 대가를 받았는지를 물었으나, 바오 회장은 이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았다고 일부 소식통은 전했다.
바오 회장은 유치 방식으로 구금돼있는데, 이에 따라 변호사 접견권 없이 최대 6개월까지 구금될 수 있다.
중국 당국이 그를 체포하거나 기소할 것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수사는 중국 공상은행 계열사인 ICBC 인터내셔널 홀딩스가 2017년 차이나 르네상스에 제공한 2억 달러(약 2천600억원)의 신용 대출과 부분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출은 바오 회장이 보유한 법인 주식을 담보로 실행됐는데, 차이나 르네상스가 홍콩 증시에 상장하면 상환될 예정이었다.
충린은 당시 ICBC 인터내셔널 홀딩스의 대표였고, 차이나 르네상스가 2020년 상장한 후 이 회사에 합류했다.
당국은 바오 회장이 대출을 받기 위해 충린에게 차이나 르네상스의 자리를 제안했는지를 의심하고 있다.
일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충린이 ICBC 인터내셔널과 그 이전에 재직한 공상은행 계열사에서 해 준 대출에 대한 대규모 조사의 일부라고도 전해졌다.
충린은 작년 말부터 연락 두절된 상태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와 크레디트스위스를 거친 바오 회장은 중국 차량호출 기업 디디추싱의 자회사인 디디글로벌, 음식 배달 서비스 메이퇀의 초기 투자자이자 중국 제2의 전자상거래 그룹 징둥닷컴의 미국 시장 공모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오 회장이 연락이 두절되고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 내 금융 엘리트들은 공산당의 불투명한 규제가 민간 부문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사정기관은 금융기업의 고삐 죄기에 나섰다.
앞서 지난달 최고 사정기관인 공산당 중앙기율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기율감찰위)는 홈페이지에 '반부패 장기전의 단호한 승리'라는 제목의 발표문을 통해 "금융 엘리트론과 배금론, 서방추종론 등 잘못된 사상을 타파하고, 쾌락주의와 사치풍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후 대대적인 벌여온 고강도 부패 척결이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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