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군축회의, 4일째 고위급 회의…랴브로프 러 외무차관 "현 상황은 냉소적"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군축 문제를 논의하는 유엔 회의장에서 러시아가 미국과 핵군축 조약 연장 논의를 중단한 이유를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 탓으로 넘겼다.
러시아 대표가 연설하는 동안 서방국가 등 40여개국 군축 회의 대표들은 회의장 밖에 모여 우크라이나 지지 의사를 표시하는 단체촬영을 했다.
세르게이 랴브로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2일(현지시간) 유엔 제네바 사무소 E빌딩에서 열린 유엔 군축회의 고위급 회의 4일째 회의에서 최근 자국이 미국과의 신(新)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한 것을 두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2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정연설을 통해 뉴스타트 연장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가 양국이 핵탄두와 운반체를 일정 수 이하로 줄이고 쌍방 간 핵시설을 주기적으로 사찰하는 것을 골자로 체결한 협정으로, 2026년 2월까지 유효하지만 이후로도 효력을 유지하려면 연장 협상이 필요하다.
랴브로프 차관은 이날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정권의 무력 사용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전략 기지를 공격하는 것을 미국이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러시아 전략시설의 보안 상황을 미국이 살피는 것을 보장하는 뉴스타트 조약은 상황이 나빠지는 것이며 우리는 조약 연장 논의를 중단한다고 발표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랴브로프 차관은 "이건 완전히 냉소적인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핵실험을 한다면 러시아도 적절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10시께 랴브로프 차관이 회의장에서 발언에 나서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을 대표하는 군축회의 참석자들이 회의장 밖에 모여 우크라이나를 지지 의사를 표시하는 단체 촬영을 했다.
단체 촬영에는 미국·EU 대표뿐 아니라 영국과 호주, 일본, 캐나다, 뉴질랜드 등 40여개국 대표들이 참가했다. 우리 정부를 대표한 윤성미 주 제네바 대표부 차석대사도 동참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깃발을 들고 '우크라이나와 함께 합니다(#StandWithUkraine)'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내보이며 함께 촬영한 뒤 회의장으로 다시 들어갔다.
prayer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