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보고서 "니카라과 정부기관, 국민 박해하는 무기돼"

입력 2023-03-03 04:00  

유엔 인권보고서 "니카라과 정부기관, 국민 박해하는 무기돼"
인권전문가그룹 '300여명 사망' 2018년 반정부시위 등 조사결과 공개
보고서, '反인도적 범죄' 최종책임자로 오르테가 대통령 부부 지목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니카라과 국가 기관이 2018년부터 심각한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러 오고 있다는 인권전문가들의 보고서가 나왔다.
2일(현지시간) 니카라과 일간지 라프렌사 인터넷판과 EFE통신 등에 따르면 유엔인권이사회 산하 니카라과 대상 인권전문가그룹(GHREN)은 "니카라과 정부가 2018년부터 고문, 위법적 사형 집행, 자의적 구금 등을 자행하고 있다"는 취지의 인권침해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니카라과에선 2018년 연금개혁안에 반발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는데, 당시 경찰의 강제 진압 과정에서 3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약 15만명이 추방되기도 했다.
지난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는 유력한 야당 인사와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이 줄줄이 체포되기도 했다.
인권전문가그룹은 최근 5년간 니카라과에서 100건 이상의 초법적 사형 집행 사례와 수백 건의 고문 및 임의체포, 수천 건의 정치적 박해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인도적 범죄의 최종 책임자로 다니엘 오르테가(77) 대통령과 부인인 로사리오 무리요(71) 부통령을 지목했다.



오르테가는 1970년대 말 소모사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 지도자 출신이다. 1985년 임기 5년의 대통령직에 오른 뒤 뒤이은 대선에서 연거푸 낙선했으나, 2007년 대통령에 재당선된 후 지금까지 장기 집권을 이어가고 있다.
얀 마이클 사이먼 그룹장은 인권침해 양상이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다"며 "이런 범죄는 현재 진행형으로 저질러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정부 기관이 국민을 박해하는 무기로 쓰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과 정보기관 등 국가 기능이 정부 반대파의 목소리를 제거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설명이다.
인권전문가그룹은 니카라과 측에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하고 최종 보고서까지 보냈지만, 응답을 받지는 못했다고 말했다고 EFE통신은 보도했다.
사이먼 그룹장은 상황 악화를 경고하며 "저희의 보고서가 니카라과 정부 차원의 범행을 막는 데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호소했다.
좌파 성향의 오르테가는 비슷한 정치 이념을 가진 주변 중남미 국가들로부터도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정부와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정부는 최근 니카라과 정부의 정치범 추방 등에 대해 강력히 성토했다.
콜롬비아는 나아가 국제법 위반 혐의로 오르테가 등을 국제형사재판소 재판에 회부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walde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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