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러시아 국적 여객기들이 최근 잇따라 기체 결함을 겪으며 사고위험성을 노출해 불안을 가중하고 있다고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서방에서 부과된 각종 경제 제재로 항공기 부품 수입이 차질을 빚으면서 항공기를 제대로 정비하지 못해 빚어진 현상으로 관측된다.
최근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한 동영상을 보면 지난주 러시아 서남부 흑해 연안 도시 소치에서 이륙한 러시아 국영 로시야항공의 보잉 737 기내가 갑작스러운 고장으로 비상착륙했다.
영상에서 기내가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천장에서 각 좌석으로 산소마스크가 떨어져 내려온다.
공포에 휩싸인 승객들 사이에서 아이들의 비명이 터져 나오고, 사람들은 앞다퉈 호흡기를 얼굴에 갖다 댄다.
한 여성은 당시 상황에 대해 "비행기가 추락하는 것처럼 믿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지상을 향해 곤두박질쳤다"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이 여객기는 계획된 운항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시베리아 한가운데인 크라스노야르스크에 비상착륙했다.
러시아 관영 매체인 리아 노보스티는 객실 내에서 발생한 감압 현상에 대해 당국의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167명의 승객과 8명의 승무원 모두 안전하게 지상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인사이더는 "이번 비상착륙은 러시아 항공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고 중 가장 최근의 일일 뿐"이라며 승객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독립 매체 아르바트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러시아 국적 항공사들이 운영하는 노선에서 최소 7건의 유사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여객기는 화장실 문제로, 또 다른 여객기는 에어컨 고장으로 각각 비상착륙해야 했다고 아르바트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서방이 시행 중인 각종 경제 제재로 러시아가 항공기 수리와 정비에 필요한 각종 서비스와 부품을 제때 조달하지 못하는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소재 항공컨설팅업체 IBA의 데니스 브레일스퍼드는 러시아 상황에 대해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항공기 예비 부품에 대한 공급이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며 "해당 부품을 수리할 수 있는 역량에도 역시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러시아 당국은 한 기체로부터 부품을 떼어내 다른 기체 수리에 사용하는 이른바 '동류전용' 방식의 정비를 허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인사이더는 전했다.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하자 '부품 돌려막기'로 발등의 불을 끄고 나선 셈이다.
브레일스퍼드는 "러시아 항공사들은 점점 더 여객기를 유지·관리하기가 힘들어질 것"이라며 "고장 사례가 더 많이 발생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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