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주재로 美·日 등 참석…서방 '지원 요청' 가중속 韓초청 주목
'中 대러지원 가능성'도 일부 논의된 듯…일부 참석국 "증거없이 EU 대응 안돼"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전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최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주요국 고위 외교당국자 간 관련 회의에 한국도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3일(현지시간)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윤순구 주EU 대사는 전날 오후 브뤼셀에서 폴란드 주재로 열린 미국과 일본 등 주요 7개국(G7),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스웨덴, 핀란드 등 주요국 EU 주재 대사 회동에 초청돼 참석했다.
회동에서는 우크라이나 지원과 대(對)러시아 제재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우크라이나의 고위 외교 당국자도 회동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또 이번 회동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 의사를 확인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폴란드 EU대표부 대변인을 인용해 보도했다.
윤 대사는 이날 회동에서 한국 정부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 노력을 설명하고, 향후에도 계속 인도적 지원을 해나가겠다는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브뤼셀 주재 고위 외교당국자 간 회동은 빈번하게 있는 일이긴 하지만, 이번 회동에는 올해 G7 의장국인 일본을 제외하고 아시아 국가로는 한국이 유일하게 참석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지원 장기화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등 서방의 자체 무기 재고가 고갈되면서 한국의 직접적인 무기 지원을 요청하는 분위기가 가중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앞서 1월 말 방한해 직접 무기 지원을 공개 요청한 데 이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산 무기가 지원된다면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시 "이 훌륭한 나라에 관해 다른 나라들과 의논 중인 세부 사항들이 있다"며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기회를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전쟁 발발 초기부터 우크라이나에 경제·인도적 지원을 하고 있는 한국 정부는 살상 무기 직접 지원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공개된 미 CNN방송 '퀘스트 민즈 비즈니스'(Quest Means Business)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는 아니다", "살상 무기를 지원할지 사안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등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무기 지원엔 선을 그으면서도 '현재는', '아직'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 입장에 변화가 생길 수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별개로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정적인 지원과 자체 무기 재고 확보를 위해 한국산 무기 도입을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나토 회원국 폴란드는 지난해 한국산 K2 전차 등을 도입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최근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루마니아도 최근 한국과 포괄적 방위산업 협력 증진을 약속했다.
미국도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부족해진 포탄 재고를 확보하고자 한국 방산업체로부터 포탄 10만 여발을 수입하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EU 주재 대사 간 회동에서도 각국은 나토 회원국들과 한국 간 방산 협력 진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외교 소식통은 전했다.
한편, 대사들은 중국의 러시아 군사지원 가능성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대중 제재 여부도 일부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참석국 일부는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전달했다는 '증거' 없이 EU가 행동에 나서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폴리티코는 익명의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전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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