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4개사 중 48.5% 당기순손실…얼라인 등 행동주의 펀드도 적자
실적 상위권 운용사들도 일회성 요인·평가이익 덕분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자산운용사의 절반 가까이가 지난해 적자를 냈다.
금리 인상기에 주식·채권·부동산 등 자산 대부분의 가치가 떨어져 투자자금이 이탈한 탓이 컸다. 최근 몇 년간의 사모펀드 사태로 훼손된 투자자 신뢰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 점 또한 영향을 미쳤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2월 결산 자산운용사 344개사 가운데 48.5%에 해당하는 167곳이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적자 자산운용사의 비중은 지난 2020년에는 259개사 중 54곳(20.8%), 2021년에는 281개사 중 32곳(11.4%)에 그쳤으나 작년에는 그 비중이 절반으로 커진 것이다.
가령 공격적인 해외주식 투자 성향의 머스트자산운용은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약 285억원에 달했다. BNK자산운용 역시 약 13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반면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약 1조6천56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 눈길을 끌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4천546억원), 이지스자산운용(1천295억원), 삼성자산운용(756억원), KB자산운용(650억원) 등은 비교적 많은 당기순이익을 냈다.
지난해 자산운용사 실적 부진은 기본적으로 증시 부진 탓이 컸다.
자산운용사의 주요 수익원은 크게 보수와 운용사의 고유재산을 투자해 얻는 수익으로 구분된다. 보수에는 펀드나 일임 자금을 운용하는 대가로 받는 운용 및 일임보수, 특정 기준 이상의 수익을 냈을 때 받는 성과보수 등이 포함된다.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보수는 펀드 순자산에 연동돼 있기 때문에 순자산이 늘어야 보수도 늘어나는 구조다.
그러나 지난해 금리 인상기 투자자금이 증시를 이탈해 은행으로 쏠리면서 설정액이 줄었고, 펀드 내 자산가치도 하락해 평가이익이 급감하며 순자산도 위축됐다.
적자 자산운용사 상당수가 전문 사모 운용사인 점도 눈에 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모 운용사들이 지난 2020년 증시 호황에 힘입어 한 2년 정도 많은 수익을 내 곳간이 채워지자 다소 공격적으로 고유재산 투자를 진행했다가 지난해 갑작스러운 금리 인상 기조에 큰 손실을 본 곳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등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로 불거진 투자자들의 불신도 사모 운용사를 위축시켰다는 분석이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당기순손실 17억원)과 트러스톤자산운용(6억원) 등 최근 주주 활동으로 주목받는 행동주의 펀드도 지난해 적자를 냈다.
실적 상위권 자산운용사의 실적도 뜯어보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가령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경우 카카오뱅크[323410] 지분 매각으로 약 2조2천720억원의 영업외수익이 발생해 1조원대 당기순이익이 가능했다. 지분 매각에 따른 이익을 제외하면 오히려 138억원 손실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국내 영업은 녹록지 않았으나 인도 등 해외법인에서 양호한 실적을 거둔 덕분이었고, 이지스자산운용 역시 투자한 부동산 자산가치가 늘면서 평가이익이 반영된 영향이 컸다.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투자자 관심은 여전히 높지만 공모펀드만큼 자산운용사에 유효한 수익원은 못 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ETF 수탁고가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공모펀드만큼 보수가 높지 않아 '캐시카우'(자금조달 창구)는 될 수 없다"고 털어놨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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