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데어라이엔, 북미 순방…EU "유럽산 광물도 세액공제 포함 합의 노력 중"
백악관 "中 도전 맞선 미-EU 협력도 논의"…EU, 러 무기지원시 대중 제재 경고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내주 회동해 대(對)중국 현안,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우려 해소 방안 등을 논의한다.
북미 순방에 나서는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오는 8일 워싱턴에 도착해 이틀 뒤인 10일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라고 EU가 3일(현지시간) 밝혔다.
EU는 사전 보도자료에서 "글로벌 및 지정학적 우선순위 관련 EU-미국 협력이 논의의 중심이 될 것"이라며 "클린테크 분야에서 범대서양 리더십 유지를 위한 방안과 클린테크 혁신 및 공급망 확보에 대한 양측 간 협력 보장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EU와 다른 국가 간 정상회담 시에는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동행한다는 점에서 이번 만남은 정식 회담 성격은 아니다.
다만 EU가 미 IRA 대응책을 고심 중인 상황에서 EU 행정부 수장이 직접 미국을 찾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IRA로 인한 우려를 재차 표명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양측 간 협력 방안을 촉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날 회동을 전후해 IRA로 촉발된 미-EU 간 균열을 봉합하고 EU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워싱턴발 기사에서 유럽산 광물·배터리 부품도 세액공제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협정과 관련한 원칙적 합의에 이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EU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합의가 이뤄질 경우 EU도 IRA 적용 시 '자유무역협정(FTA) 유사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되며,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방미에 맞춰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 IRA에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원자재가 추출되거나 처리되는 경우에는 미국산과 동등하게 취급하는 등의 예외조항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한국과 달리 EU는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아 현재로선 예외조항마저 적용받을 수 없다.
이에 미국은 EU 측 제안으로 배터리에 필요한 핵심광물의 대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핵심광물 클럽 창설을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 통상 담당 수석부집행위원장도 전날 트위터를 통해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화상으로 IRA 관련 '건설적 회의'를 했다면서 "IRA에 대한 EU의 우려와 원자재 관련 EU가 특별 지위(privileged status)를 확보하는 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그가 언급한 '특별 지위' 역시 유럽산 배터리 광물도 FTA 체결국과 동일하게 간주되는 방안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내주 회동의 또 다른 초점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중국의 군사 지원 가능성과 이에 대한 향후 대응 옵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낸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중국에 의해 제기된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을 포함해 다른 국제 안보 도전 현안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최근 중국의 대러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에 공개 우려를 표명하면서 실제 지원에 나설 경우 이는 '레드라인(한계선)'이라고 경고했고,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각국에서도 중국을 향한 경고 메시지를 잇달아 발신하고 있다.
워싱턴을 방문 중인 EU 고위 당국자는 이날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에 나설 경우 EU가 제재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한편,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방미에 앞서 6∼8일에는 캐나다를 찾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회동하고 캐나다군 군사기지, 현지 클린테크 기업 등을 방문한다. 캐나다도 EU가 원자재 파트너십 협력 강화를 희망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그는 캐나다 방문 기간 트뤼도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캐나다 의회에서 연설도 할 예정이라고 EU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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