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평균 최대전력↓…12월 한파 이후 강추위 없었던 영향도
전기 팔수록 적자 쌓이는 한전엔 '호재'…SMP 상한제 재시행 여부 촉각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전력 수요가 올해 들어 두 달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중 수요가 높은 동절기임에도 전기요금 인상과 경기 둔화가 겹쳐 전기 소비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5일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월 최대전력은 7만6천183MW(메가와트)로 작년 같은 달(7만7천278MW) 대비 1.4% 감소했다.
1월 최대전력은 작년(7만9천797MW)보다 0.4% 감소한 7만9천797MW였다.
최대전력은 하루 중 전력사용량이 가장 많은 순간의 전력 수요다. 월평균 최대전력은 한 달 동안 일별 최대전력 합계의 평균값을 말한다.
즉 월평균 최대전력이 감소했다는 것은 해당 월의 전력수요가 줄었다는 의미다.
월평균 최대전력은 작년 10∼11월 두 달 연속 전년 대비 감소했다가 12월에는 한파 영향으로 동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올해 들어 1∼2월엔 다시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통상 전력수요가 늘어나는 동절기임에도 이례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전력 판매 사업자인 한전이 발전사업자로부터 구매하는 전력량을 의미하는 전력거래량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력거래량은 작년 10∼11월 연속 감소했다가 12월(5만1천937GWh)에 소폭(3.4%) 반등한 뒤 올해 1월(5만387GWh) 다시 1.9% 줄었다.
전력업계는 전기요금 인상과 기온 변화를 전력수요 감소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다.
정부는 지난해 전기요금을 세 차례 인상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kWh(킬로와트시)당 13.1원을 추가로 인상한 바 있다.
이는 2차 오일쇼크였던 1981년 이후 최대 인상폭으로, 4인 가구 기준으로는 월 전기요금 부담액이 4천22원 가량 올랐다.
이같은 요금 인상으로 가계·기업이 에너지 효율 개선과 비용 절감에 나서면서 전력수요도 감소했을 가능성이 높다.
12월에 최강 한파가 찾아온 이후 1∼2월에는 기온이 비교적 급격히 떨어지지 않아 전열기구 사용량이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전력수요는 경기 변화의 지표이기도 한 만큼 수출 감소로 인한 경기 침체가 본격화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코로나 사태의 영향으로 경기가 둔화됐던 지난 2020년 월평균 최대전력은 1∼5월과 7∼10월 연속으로 전년 대비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후 경기가 회복되면서 최대전력은 작년 9월까지 매달 전년 대비 증가하다가 최근 다시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공장 설비 가동률 하락 등으로 전력수요가 줄었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전기를 많이 판매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한전의 입장에서는 전력수요 감소가 악재는 아니다.
전력 판매단가보다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하는 가격이 더 비싸 전력 소비가 감소할수록 영업손실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전력 도매 가격에 상한선을 두는 SMP(계통한계가격) 상한제를 작년 12월부터 지난달까지 3개월간 실시했지만 이러한 한전의 '역마진' 구조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한전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작년 12월 한전의 전력 구입단가는 kWh당 177.74원으로 실제 SMP(267.63원)보다 90원 가량 낮았지만, 판매단가는 140.37원으로 여전히 구입단가보다 낮았다.
SMP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해 한전의 적자가 32조6천억원에 달하자 정부는 다음달 SMP 상한제 시행 여부를 놓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 권고에 따라 SMP 상한제는 3개월 이상 연속으로 시행될 수 없다. 이 때문에 한전은 이번달에는 보다 비싼 가격으로 전력을 구입하고 4월 SMP 상한제 재시행 여부에 대한 정부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SMP 상한제 시행으로 한전이 아낄 수 있는 전력 구입 비용은 한 달에 약 6천억원 정도"라며 "내달 시행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he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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