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증선위 심의…외국 증권사·운용사 등 2곳 대상
금융위, 공매도 전면 재개엔 '신중'…"시장 상황 맞게 조치"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금융당국이 불법 공매도를 한 외국계 금융회사 2곳에 수십억원 규모의 과징금 부과를 추진한다.
그간 수천만원의 과태료 부과에 그쳤던 불법 공매도에 대한 금전적 제재 수준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라 국내외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이르면 오는 8일 정례회의에서 외국계 증권사와 운용사 등 2개 회사에 대한 과징금 부과안을 심의한다.
불법 공매도 적발 시 주문 금액의 최대 100%까지 과징금을 물 수 있도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2021년 4월) 이후 첫 과징금 부과 사례다.
그간 불법 공매도는 건당 과태료 6천만원을 기준으로 가중·감경을 해오다 보니 대부분 수천만원 수준에 그쳐왔다. 솜방망이 처분에 그쳐 불법 공매도 저지 효과가 미약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 이후에 발생한 것들이라 주문금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이 부과된다.
금감원은 이들 외국계 회사 2곳에 대해 수십억원의 과징금 부과안을 증선위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과징금 규모는 증선위, 금융위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되기 때문에 논의 과정에서 변경될 수 있다.
금융위는 불법 공매도에 대해 과태료가 아닌 과징금을 부과하는 첫 사례라는 점 등을 고려해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자조심)를 두 차례 열어 여러 쟁점과 판단 기준들을 사전 논의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전에는 불법 공매도를 몇 번 했느냐(위반 건수)를 기준으로 과태료를 매겼지만, 이제는 얼마만큼 위반했느냐(위반 금액)를 기준으로 과징금을 매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의에 의한 것인지, 실수라면 어떤 실수인지, 해당 주문이 시장에 미친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감안해 과징금 적용 비율을 결정하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과징금 적용 첫 사례에 대한 결론인 만큼 향후 불법 공매도 처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문 금액 자체를 기준으로 과징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해외 투자자들이 불복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은 국내 공매도 제도가 '외국인 놀이터'로 전락했다는 여론 질타에 제재 수위를 강화해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불법 공매도로 과태료·주의 조치를 받은 127명 중 외국인이 93.7%인 119명이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에는 불법 공매도로 제재를 받은 증권사 실명을 처음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크레디트스위스 등 외국계 증권사 5곳의 실명이 금융위 홈페이지에 게시됐다.
이런 흐름 속에 공매도 전면 재개 논의를 앞둔 금융당국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여러 제도 개선안을 쏟아내고 있는데, '공매도 전면 재개'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위는 신중론을 이어가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최근 열린 외신 간담회에서 공매도의 전면 재개 여부에 대해 "명시적으로 어떻게 하겠다고 선언하기 어렵고 시장 상황을 보고 상황에 맞게 적절히 조치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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