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등급 '센츄리언 카드' 가입비만 1천300만원…美선 '부의 상징'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최초 제휴에 이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아멕스)의 프리미엄 카드 상품군을 국내 독점 발급하기로 하면서 과거 현대카드가 불을 지폈던 프리미엄 카드 경쟁이 향후 재점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대카드가 아멕스와의 단독 제휴를 토대로 VVIP(초우량 고객)를 타깃으로한 프리미엄 상품군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VVIP를 겨냥해 출시된 프리미엄 신용카드로는 신한 '더 프리미어 골드 에디션', 삼성 '라움 오', 현대 '더 블랙 에디션2', KB국민 '탠텀', 하나 '클럽원' 카드 등이 있다.
연회비는 200만∼250만원에 달하며, 엄격한 심사를 거쳐 소수의 VVIP 고객에게만 제한적으로 발급하는 게 특징이다.
카드를 소유한 회원들은 호텔, 항공, 골프 등과 관련한 다양한 혜택은 물론 전용 데스크 운영까지 차별화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카드업계에서는 이들 카드가 지향점으로 삼는 원조 VVIP 프리미엄 카드로 아멕스의 '센츄리온 카드'를 꼽는 데 이견이 없다.
검은 색 카드 외관의 특징을 따 '블랙카드'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한 이 카드는 미국 기준으로 가입비만 1만달러(약 1천300만원)에 달하며 매년 5천달러(약 650만원)의 연회비를 따로 내야 한다.
극소수의 선별된 부유층만 발급받을 수 있다 보니 별도의 광고 없이도 언론이나 대중의 이목을 끄는 소재가 되기에 충분했고, 이는 아멕스가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아멕스 투자 배경에 대해 "수천억 달러의 돈으로 모든 사업을 할 수 있지만, 사람들이 아멕스에 대해 가지는 인식은 만들어낼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2003년 대표이사 취임 직후부터 아멕스와의 제휴를 희망했지만, 회사의 전신(다이너스클럽 코리아)이기도 한 다이너스클럽과의 관계 탓에 실행하지 못했다.
비록 제휴는 못했지만 현대카드는 2005년 첫 VVIP 카드인 '더 블랙'을 출시했을 당시부터 아멕스의 프리미엄 전략을 공공연하게 표방했다.
현대카드가 아멕스와 제휴를 맺고 5월부터 카드 플레이트 중앙에 로마군 지휘관(센츄리온) 모습이 새겨진 아멕스 카드 3종(플래티넘·골드·그린)을 단독 발급하기로 한 것도 정 회장의 오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정 회장은 지난 2일 페이스북 글에서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두 회사는 원래 선택의 여지 없이 잘 맞는 콤비였으나, 처음에는 현대카드와 다이너스의 계약, 나중에는 아멕스와 타사의 계약 때문에 20년을 겉돌다가 이제서야 자기 자리를 찾았다"고 말했다.
4월을 마지막으로 아멕스 대표카드 3종의 발급을 중단하는 삼성카드[029780]는 2019년 코스트코와의 단독 계약 종료 이후 또다시 주요 파트너사를 현대카드에 넘겨주는 쓴 맛을 보게 됐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4월 삼성카드가 맺었던 SC제일은행과의 제휴 관계도 넘겨받은 바 있다.
업계에서는 센츄리온 디자인 카드의 단독 발급 이후 정 부회장의 다음 목표가 아멕스 블랙카드의 국내 단독 출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아멕스 블랙카드가 가지는 위상을 토대로 국내 VVIP 충성고객을 확보, 프리미엄 브랜드 경쟁에서 타사 대비 확고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랙카드가 국내에 출시되면 2005년 현대카드의 더 블랙 카드가 프리미엄 카드 시장 출혈 경쟁을 촉발한 이후 국내 카드업계에 또다시 프리미엄 서비스 경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아멕스 블랙카드가 글로벌 카드시장에서 가지는 프리미엄 위상은 굳건하다"며 "현대카드가 플래티넘 등 아멕스 주력 카드 3종의 단독 발급 계약을 맺은 것도 블랙카드의 국내 출시 추진을 염두에 둔 결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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