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이민, 인구구성 바꿀 음모…배후는 인신매매단"
기니, 가봉 등 "자국민 안전 위해 본국 귀환 지원할 것"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북아프리카 튀니지 대통령이 자국으로 들어오는 불법 이민자를 겨냥한 혐오 발언을 쏟아내면서 튀니지 내 외국인들이 본국으로 귀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4일(현지시간) CNN 방송에 따르면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국가안보회의에서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 튀니지로 불법 입국하는 것은 튀니지의 인구 구성을 바꾸려는 목적의 범죄 행위"라고 말했다.
사이에드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들은 튀니지를 아랍 및 이슬람 세계에 속하지 못하는 유일한 아프리카 국가로 만들려는 속셈"이라면서 그 배후에는 인신매매에 연루된 집단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지중해 중부에 위치한 튀니지는 극심한 경제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유럽으로 향하는 이주민의 주요 출발지 중 하나다.
특히 튀니지 북부 해안의 경우 이탈리아 람페두사섬과 불과 130㎞ 떨어져 있어 이동하기에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앞서 이탈리아 부총리는 지난해 이탈리아에 입국한 불법 이주민 3만2천 명 가운데 튀니지 국적이 1만8천 명에 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이에드 대통령의 노골적 발언에 기니, 가봉, 코트디부아르, 말리 등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은 자국민 안전을 위해 이들이 본국으로 귀환하는 것을 돕겠다고 나섰다.
기니 군정 지도자 마마디 둠부야 대령은 지난주부터 직접 공항에 나가 튀니지에서 돌아온 자국민들을 맞이했고 튀니지 주재 가봉 대사관은 자발적 송환을 신청한 자국민을 본국으로 돌려보내겠다고 밝혔다.
코트디부아르는 튀니지 내 자국민 145명의 송환을 지원할 예정이며 말리도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아프리카연합(AU)은 사이에드 대통령 발언 직후 성명을 내고 "인종 차별적이고 충격적인 언사"라고 비판했다.
AU는 "출신국과 관계없이 모든 이주민을 존엄하게 대우하고, 사람들을 해칠 수 있는 급진적 증오 발언을 자제하며, 이들의 인권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국제법 및 관련 AU 비준서에 따른 의무를 AU 회원국이 존중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hanj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