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뮬레이터로 F-16 등 여러 항공기 몰며 실력 점검
美당국자 "훈련 아니라 평가…F-16 지원불가 입장 불변"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우크라이나가 서방에 F-16 전투기 지원을 요청 중인 가운데 우크라이나군 조종사 2명이 미국에 입국해 기량을 점검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NBC 방송은 4일(현지시간) 미 의회와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애리조나주 남동부 투손의 한 미군 기지에서 우크라이나군 조종사 2명을 상대로 비행능력 평가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조종사들은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여러 항공기를 몰아보게 된다.
우크라이나군 조종사가 F-16을 비롯한 미국제 전투기를 조종하려면 어느 정도의 훈련기간이 필요한지 파악하는 것이 주된 목적 중 하나다.
미군이 우크라이나군 조종사를 대상으로 이러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건 이번이 첫 사례다.
다만, 미 정부 당국자들은 어디까지나 조종 능력을 평가하는 것일 뿐 우크라이나군 조종사들을 '훈련'하는 것은 아니며 실제 비행기를 조종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 국방부 당국자는 "이건 우크라이나와의 군대군 대화의 일환으로 일상적인 활동"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에 F-16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미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앞서, 콜린 칼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은 지난주 미 하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미국은 물론 동맹국과 협력국 중 어느 곳도 우크라이나에 F-16을 제공한다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미 정부가 "(우크라이나군을 위한) F-16 훈련을 시작하지 않았다"면서 설사 F-16을 제공하게 되더라도 인도에 필요한 시간과 훈련에 걸리는 시간이 각각 18개월로 동일한 까닭에 사전에 훈련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일부 미 국방 당국자들은 조종사들의 실력과 지식 수준에 따라 F-16 조종에 필요한 훈련기간이 6∼9개월로 단축될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우크라이나 측은 조종 훈련을 받기 위해 미국에 보낼 수 있는 자국 조종사의 수가 당장은 20명 미만이지만, 조만간 30여명이 추가될 수 있다고 밝혀왔다.
미 국방부 당국자는 이른 시일 내에 비행능력 평가 프로그램을 받는 우크라이나군 조종사의 수를 늘릴 계획은 없다면서도 "미래의 가능성을 닫아놓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관련 당국은 우크라이나군 조종사 10명을 더 참여시킬 수 있도록 승인해 놓은 상황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작년 2월 러시아가 자국을 침공한 이후 거듭 F-16 전투기 지원을 요청해 왔으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불가 입장을 고수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ABC 방송 인터뷰에서도 "(우크라이나에는) 지금 F-16 전투기가 필요하지 않다"고 거듭 선을 그은 바 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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