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찰의 회원·기부자 명단 제출 요구 거부해 기소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에서 톈안먼 민주화 시위 추모 촛불집회를 주최해온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 활동가들이 홍콩국가보안법 시행령 위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5일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전날 홍콩 웨스트카오룽 치안법원은 지련회의 초우항텅 전 부주석 등 3명의 핵심 간부들에 대해 이같이 선고했다.
지련회는 1990년부터 30년간 매년 6월 4일 저녁 홍콩 빅토리아 파크에서 톈안먼 민주화 시위 추모 촛불집회를 개최해온 단체다. 그러나 홍콩 당국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있다며 압박하자 2021년 9월 자신 해산했다.
지련회가 해산하기 전 홍콩 경찰 내 국가보안법 담당 부서인 국가안전처는 처음으로 국가보안법 43조의 세칙 5를 적용해 지련회 조사에 나섰다. 세칙 5는 경찰에 홍콩과 관련해 '외국 대리인' 혹은 대만 정치 단체에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국가안전처는 이를 근거로 지련회에 회원과 기부자 명단, 재정 보고서와 활동 내역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초우 전 부주석 등 5명의 지련회 간부는 이를 거부해 기소됐으며, 그중 2명은 도중에 유죄를 인정해 징역 3개월을 선고받았다.
무죄를 주장한 초우 전 부주석 등 3명은 지련회가 외국 대리인이 아니기 때문에 경찰의 요구에 협조할 이유가 없다고 맞섰다.
그러나 법원은 지련회가 외국 대리인이라고 믿을만한 합리적인 근거를 찾았다며 이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2020년 6월 30일 홍콩국가보안법이 시행된 이후 시행세칙과 관련해 진행된 첫 번째 재판이다. 형량 선고는 오는 11일 내려진다. 최고 징역 6개월, 벌금 10만 홍콩달러(약 1천657만원)가 선고될 수 있다.
국가안전처는 지련회가 미국 등이 지원하는 해외 단체들로부터 자금을 받은 점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초우 부주석은 해당 자금이 톈안먼 시위 추모 박물관 건립을 위한 기부금이고 지련회의 활동과는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국가안전처는 또한 지련회가 톈안먼 사건과 관련해 일련의 활동을 하며 소위 '민주주의 중국'을 건설하고 중국 공산당을 전복시키려 했다고 밝혔다.
지난 5개월간 진행된 재판은 초우 전 부주석이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톈안먼 학살'이라고 비판해 판사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는 등의 일로 여러 차례 중단됐다.
변호사인 초우 전 부주석은 경찰의 정보 요구가 너무 광범위하고 모호해 따를 수가 없으며, 그러한 요구는 시민 사회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경고했다.
또 자신에 대한 기소는 정치적 의도에 의한 것이며 국가보안법은 경찰이 반대파를 탄압하기 위한 핑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2020년과 2021년 당국이 불허한 톈안먼 시위 추모 집회에 다른 이들의 참가를 독려한 혐의로 징역 22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앞서 지련회의 리척얀 전 주석과 앨버트 호 전 부주석은 국가보안법상 국가권력 전복 혐의로 기소됐다.
홍콩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권력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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