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항구 장악한 ZPMC 크레인이 미군 물류 정보 수집 가능성 제기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미국 국방부를 비롯한 안보당국은 미국 전역의 항구에서 사용되는 중국제 초대형 항만 크레인이 '스파이 도구'로 작동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방부와 안보 부처의 일부 관리들은 미군도 많이 이용하는 항구들에 배치된 중국 상하이전화중공업(ZPMC)의 항만 크레인들을 '트로이의 목마'에 비유하고 있다.
선박에서 항만으로 컨테이너를 내리거나 거꾸로 선박에 컨테이너를 실을 때 사용하는 ZPMC의 STS 크레인(안벽크레인)들은 화물의 출처와 목적지를 등록하고 추적할 수 있는 첨단 센서를 갖추고 있어 미군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실리는 물품에 관한 정보를 중국 측에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의심된다.
게다가 이들 크레인은 원격으로 접근 가능해 미국의 물류망을 어지럽히는 데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의 고위 방첩 관료 출신인 빌 에바니나는 WSJ에 "크레인이 제2의 화웨이가 될 수 있다"며 ZPMC의 항만 크레인 운영 사업을 "비밀 정보 수집을 감출 수 있는 합법적인 사업"으로 묘사했다.
WSJ에 따르면 ZPMC는 20여 년 전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해 지금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업하는 등 글로벌 항만 자동화 산업의 선두주자에 등극했다.
지난 2017년 MS 홈페이지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면 칭펑 당시 ZPMC 사장은 "우리의 상하이 오피스를 통해 여러분은 모든 크레인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ZPMC는 전 세계 크레인 시장의 70%를 주무르고 있으며, 미국에서만 전체 STS 크레인의 80%를 판매한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항구에 설치된 이 회사 크레인 제품은 중국에서 만든 소프트웨어로 작동하고, 일부 항구에서는 아예 중국인 기술자가 2년짜리 미국 비자를 받아 직접 기술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정보당국은 이런 '구멍'을 통해 중국 측이 미국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미 국방정보국(DIA)은 중국이 항만 물동량을 교란하거나 군사장비 하역 정보를 수집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미군이 종종 이용하는 버지니아, 사우스캐롤라이나, 메릴랜드의 항구들이 지난 2년간 ZPMC의 새 크레인을 다수 주문한 것이 정보당국의 염려를 키웠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지난해 볼티모어항으로 ZPMC 크레인을 운송하던 화물선을 수색해 정보수집을 위한 설비를 발견한 적이 있다고 소식통들이 WSJ에 전했다.
게다가 ZPMC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일대일로 사업에서 최대 시공사 역할을 하는 국영기업 중국교통건설(CCCC)의 자회사라고 WSJ은 지적했다.
미국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몇몇 항구는 ZPMC 크레인의 운영 소프트웨어를 스위스 기업 ABB의 소프트웨어로 바꿨고, 동부 2위 항구인 조지아주 서배너항 등은 아예 핀란드 기업 코네크레인의 크레인을 사용하고 있다.
카를로스 히메네스(공화·플로리다) 하원의원은 향후 중국산 크레인 구매를 금지하고 다른 나라 제품 이용을 독려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미 중국대사관은 WSJ의 질의에 "피해망상적 시도"라며 "중국 위협론을 띄우는 것은 무책임하며 미국에도 해가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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