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도축하려던 무슬림 살해 혐의 힌두 극단주의자 영상
"소셜미디어들, 힌두 민족주의 모디 정부 의식해 방치"
(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 인도에서 무슬림 등에 대한 폭력을 선동하는 힌두 극단주의자의 게시물을 방치해 논란에 휩싸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를 도축하려던 무슬림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인도 '소 자경단' 소속 인플루언서인 모누 마네사르(가명)가 그동안 폭력적인 게시물을 잇달아 올렸음에도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모두 이를 알면서도 방치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본명이 모히트 야다브인 마네사르는 지난달 불탄 시신으로 발견된 무슬림 2명의 사망과 관련해 현지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숨진 이들은 지난달 15일 밤 인도 북부 하리아나주 누 지역에서 소를 몰래 도축하려다 마네사르 등 소 자경단 단원 4∼5명에 의해 납치, 폭행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에서는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2014년 출범한 후 극단적으로 소를 보호하는 움직임이 강해지면서 힌두 극단주의자들이 소 자경단을 구성해 소고기를 먹는 무슬림을 상대로 집단 폭행·살인 등을 벌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2018년 군사적 종교조직으로 규정한 힌두 극단주의 단체 '바지랑 달' 소속으로 밝혀진 마네사르는 현재 경찰 조사를 피해 도주한 상태이지만, 그가 올린 영상에 등장하는 동료는 납치와 살인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마네사르는 그동안 소고기 밀수업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을 거칠게 추적하거나 총격전을 벌이는 영상 등을 유튜브 등에 올렸으며 소고기를 먹는 무슬림에 대한 욕설 등도 빈번하게 노출해왔다.
인도 팩트체크 사이트인 '알트 뉴스' 운영자인 모하메드 주바이르는 마네사르의 게시물도 처음에는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조회 수가 증가하면서 점차 폭력적인 게시물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또한 폭력적인 댓글들도 수없이 올라왔지만, 유튜브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WSJ은 이들 플랫폼이 자사 정책을 명백히 위반한 폭력적인 게시물에 대해 눈감았을 뿐 아니라 유튜브 같은 경우는 구독자 10만 명 이상을 모은 유튜버에게 주는 '실버버튼'을 마네사르에게 수여하고 광고 수익까지 배분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가해자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한 선동으로 살인을 저질렀던 과거 사례와는 달리 마네사르는 단지 주목을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금 확보와 동조자 모집에 나섰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이 정치적 후폭풍을 우려해 그동안 마네사르의 폭력적인 게시물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방치해왔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은 WSJ의 관련 질의를 받은 후에야 게시물 삭제와 계정 차단에 나섰을 뿐, 사전에 조치를 취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사내 논의과정에서 무시된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인권단체들은 소셜미디어 업체들이 힌두 민족주의적인 성향을 가진 모디 정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혐오 발언과 폭력선동에 대한 명백한 정책을 마네사르에는 적용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헤이그 소재 인도 인권단체 '스티칭 런던 스토리' 공동설립자인 루툼브라 마누비에는 최근 수년 동안 페이스북에 마네사르 채널의 정책 위반 사실을 통보했으나,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의 차별 반대 시민단체인 '이퀄리티 랩스'도 메타와 알파벳에 마네사르 채널을 신고한 적이 있다면서 마네사르의 사례는 이들 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존 정책의 부적절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WSJ이 자체 입수한 메타 내부 문서에서도 인도 정부와 관련이 있는 힌두 민족주의자 단체의 혐오 발언과 폭력선동에 대한 내부적인 규제 요구가 있었으나 사측이 이를 무시한 정황이 드러난다.
메타 보안팀이 작성한 메모를 보면 마네사르가 속한 바지랑 달을 계정 차단 대상인 위험한 조직으로 판단했지만, 인도 집권당 등을 자극할 수 있는 정치적으로 너무 민감한 사안이라는 내용도 들어있었다고 WSJ은 소개했다.
k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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