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걸프 냉기류 속 시리아 '아랍연맹' 복귀도 추진
서방 "학살정권 제재해제 안돼"…인권단체도 문제제기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아랍국가들이 그동안 냉대했던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의 관계를 복원하고 시리아를 아랍연맹으로 다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집트 외무장관은 지난주 시리아를 방문해 아사드 대통령과 회담한 뒤 "양국이 정상적인 관계로 복귀할 것"임을 천명했다.
요르단 외무장관도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처음으로 시리아를 방문했고, 지난달에는 서방의 핵심 군사·전략적 파트너인 오만이 아사드를 자국으로 초청했다.
아사드 정권이 다수의 반정부 시위대를 사살한 후 2012년 11월 중단됐던 시리아의 아랍연맹 회원국 지위를 되살리고, 아사드 정권과의 유대를 복원하려는 움직임은 아랍에미리트(UAE)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UAE는 아사드 정권의 가장 가까운 동맹인 이란에 적대적이면서도 아랍 세계의 분열 종식을 촉구해 왔다.
타니 알제유디 UAE 외교장관은 "누군가가 (시리아와의 관계 복원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했다"면서 UAE는 서방의 제재에도 시리아 경제를 개방시키길 원한다고 말했다.
UAE의 적극적인 아사드 '복권' 시도는 한때 에미리트연합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이었던 미국과의 관계 악화로 한층 가속화하고 있다.
UAE는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부가 걸프 동맹국들의 등 뒤에서 이란과 핵협상에 나선 것에 격분했고, 뒤이어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걸었던 기대도 무산되자 미국에서 벗어나는 독자 노선을 추구하고 있다.
지난달 시리아와 튀르키예(터키)에서 발생한 대지진도 아랍권의 대시리아 관계 복원 움직임을 가속하는 계기가 됐다.
시리아에선 지진 사망자 대부분이 반군이 통제하는 지역에서 나왔지만, 아랍국들은 아사드의 요청에 호응해 다마스쿠스로 원조 물자를 쏟아부었다.
UAE는 1억 달러의 재난 원조금 중 절반을 시리아에 할당했다.
한때 시리아 반군에 자금을 지원하고 아사드 정권과의 관계 정상화에 반대했던 사우디아라비아도 다마스쿠스로 구호물자를 실은 수송기를 보냈다.
하지만 아사드 정권을 다시 품으려는 아랍국들의 이 같은 노력은 시리아에 대한 제재 해제와 관계 정상화에 반대하는 서방 동맹국들의 반발에 부닥치고 있다.
영국·프랑스·미국 등은 아사드 정권의 악명 높은 부패 때문에 제재 해제가 시리아인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기보다 아사드를 더 대담하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와 시리아 반체제 단체들도 비판적이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중동 선임 연구원 히바 자야딘은 "(아사드와의) 관계 정상화를 추구하는 아랍 국가들은 현시리아 정권이 (2011년) 저항 봉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시민들에 대한 심각한 인권 침해를 저지른 정권과 동일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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