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먼저 치고 나간 호황, 끝내 흩어질까 두렵다"
리튬 채굴·배터리 생산 과열로 '공멸' 우려한듯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세계 배터리 점유율 1위 업체인 닝더스다이(寧德時代·CATL)에 '기쁨과 걱정'을 표시해 주목된다.
8일 블룸버그통신과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의 한 회의에서 이런 소회를 피력했다.
중국의 CATL이 6년 연속 세계 최대 배터리 생산업체로 선정된 데 대해 "우리 산업이 세계 선두에 섰다는 것이 기쁘지만, 먼저 치고 나간 이런 호황이 끝내 흩어지지 않을까 두렵다"고 했다.
시 주석은 그러면서 성장을 잘 계획하고 위험에 대해 면밀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CATL은 시 주석이 한 때 성장을 지낸 푸젠성의 닝더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시 주석이 더 애정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러나 시 주석의 기쁨과 걱정은 CATL이 처한 현재 상황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CATL이 세계 선두 격의 동력 배터리 기술로 신에너지차(전기차·하이브리드차·수소차) 분야에서 중국을 선진국과 견줄 수준으로 성장시켰으나, 이제 성장 한계에 도달했다는 우려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전기 배터리 출하량 기준으로 CATL의 시장 점유율은 37%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블룸버그는 지난 1월 중국의 비야디(比亞迪·BYD)가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 파나소닉홀딩스, 삼성SDI를 제치고 세계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CATL은 여전히 의욕적이다. 최근 미국의 포드 자동차와 합작회사를 설립한 뒤 디트로이트에서 160km 떨어진 미시간주 마셜에 배터리 공장을 세울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등 아시아와 유럽에 모두 13개의 공장을 운영하는 CATL이 미국에 공장 설립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우회하려는 목적에서다.
그러나 지난 2년여 '광란의 확장' 끝에 중국의 동력 배터리 시장이 재고 폭증으로 '공멸' 위기를 우려하는 상황이 됐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실제 중국 내 배터리 제조기업들의 생산 능력이 급상승했지만, 전기차 등의 수요는 그렇지 않다.
유럽연합(EU) 등의 내연기관차 기피 및 전기차 선호 정책과 중국 정부의 신에너지차(전기차·하이브리드차·수소차) 지원에 힘입어 지난해 탄산리튬 배터리 산업이 호황기를 누렸으나, 하반기부터 배터리 재고 누적량이 늘기 시작했다.
작년 말로 중국 정부의 신에너지차 지원 정책이 종료되면서 동력 배터리를 사용하는 신에너지차의 판매도 주춤하고 있다.
배터리 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중국 내 동력 배터리 재고 누적량은 2018년 13.6기가와트시(GWh), 2019년 23.2GWh, 2020년 19.8GWh, 2021년 65.2GWh, 2022년 251GWh로 늘었다.
이 추세라면 동력 배터리는 재고 누적으로 가격 폭락이 불가피하고, 배터리 업계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 지난해 t당 60만 위안(약 1억1천300만 원)까지 치솟았다가 현재 t당 40만위안 대로 내려앉았다.
시 주석의 고민은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CATL이 지난달 전략적 협력관계의 전기차 기업에 탄산리튬 가격을 t당 20만 위안(약 3천770만 원)으로 고정해 산출한 가격으로 배터리를 공급하겠다는 '상생 카드'를 갑작스럽게 꺼낸 데는 시 주석과의 인식 공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자연자원부, 공업정보화부,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공안부 등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은 자국의 최대 리튬 생산지인 장시성 이춘에서 리튬 채굴 산업 전반을 조사 중이다.
이를 두고 중국 당국이 리튬의 채굴·가공·유통 등에 대해 직접적인 통제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의 '의지'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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