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고강도 분쟁 대비…1.3조원 탄약 조달 대상서 배제된 영국은 '불만'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에 신속히 탄약을 공급하기 위해 방위비 지출을 집행위원회로 중앙 집권화하는 '전시경제' 모델로 이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더타임스는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와의 '고강도 분쟁'에 대비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이르면 이달 중 155㎜ 포탄 등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 위해 포탄을 공동 구매하는 계획안을 상정했다.
집행위는 이를 통해 회원국들이 지난해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에 탄약 등을 지원하느라 바닥 난 국방 무기고도 다시 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EU 회원국을 위한 '공동 탄약 조달' 계획은 전날 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EU 국방장관 비공식 만찬에서 논의됐다.
티에리 브르통 EU 내무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회담 전에 "유럽 국방산업이 우리의 방산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전시경제 모델로 이행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고강도 분쟁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 방위산업의 증산을 지원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브르통 집행위원은 이번 사안의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을 비롯해 EU 회원국이 아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국들은 자국이 배제됨에 따라 이번 계획이 보호주의적이고 관료주의적인 장벽을 만들 것이라고 우려한다.
더타임스가 확보한 비밀문건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탄약 중에서도 특히 155㎜ 포탄을 기존 비축고나 이미 발주한 주문을 활용해 우크라이나에 즉각 넘겨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집행위는 EU 기금 10억 유로(약 1조3천억 원) 상당을 포탄 조달에 사용할 계획이며, 공동조달로 회원국 국가 비축고의 최대 90%를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EU 산하 유럽방위국(EPA)이 기존 프로젝트를 활용해 회원국을 대행해 계약 협상을 진행할 예정인데, 궁극적으로 EU 내 방위업체에 조달 주문을 넣음으로써 역내 방위산업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그러나 집행위의 이같은 방안은 기존에 영국이 참여한 유럽의 다국적 무기획득기구인 합동무기획득협력기구를 무시하는 것이어서 보호주의 논란을 부를 것이라고 더타임스는 지적했다.
이 기구는 1998년 체결된 조약에 따른 것으로 미사일, 항공기, 장갑차, 군함 등 16개 국방조달 프로그램에 사용되고 있으며 다년간 공동 기준 마련 및 품질 검사 역할도 수행했다.
무기 구매와 관련해 회원국 간 이견도 없지 않다.
독일과 폴란드는 탄약이 미국, 영국, 노르웨이, 캐나다, 한국 등 어느 나라에서 제조되든 상관 없이 최상의 것을 구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조달 자금이 자국 내 방위산업 육성과 투자에 쓰이길 바라고 있다.
나토 회담에서 영국은 나토를 통해 유럽과 긴밀히 연계된 자국의 방위산업이 공동 구매에서 배제돼 무기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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