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동결자산…카디로프 본인 혹은 반대파 소행 여부 불분명
"최근 얼굴 부은 모습…독살 시도 의심에 UAE서 의사 부르기도"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충성하는 람잔 카디로프 체첸 자치공화국 정부 수장의 비싼 순종 경주마가 체코에서 도난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현지시간) BBC 방송과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체코 경찰은 카디로프 소유로 추정되는 순종마 '자조우'가 수도 프라하에서 북쪽으로 50km 떨어진 로우드니체나트라벰 인근의 종마 목장에서 사라졌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3일 저녁부터 4일 아침 사이에 괴한이 마구간 미닫이문에 채워져 있던 쇠사슬을 제거하고 말을 데리고 나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 절도 용의자와 말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체코 현지 언론은 1만9천달러(약 2천500만원)대의 이 말이 카디로프 소유이며, 지난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에 따른 국제제재를 근거로 체코 정부가 동결한 그의 자산 목록에 들어있다고 전했다.
자조우는 러시아 작곡가 미하일 글린카의 이름을 딴 다른 순종마와 함께 이 목록에 포함됐다.
현지 언론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몇 주 전인 지난해 1월에도 자조우를 포함한 2마리의 말을 훔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현재로선 카디로프 수장 세력이 제재로 억류된 말을 몰래 빼내 간 것인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 반대하는 세력이 전쟁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카디로프에 해를 끼치려고 말을 훔쳐 간 것인지 분명치 않다.
올해 46세의 카디로프는 지난 2004년 피살된 부친 아흐마트 카디로프 전 체첸공화국 대통령의 뒤를 이어 2007년부터 혼란에 휩싸인 러시아 내 이슬람 자치공화국 체첸을 통치하기 시작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 크렘린궁에 충성하는 대가로 공화국 내에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인권 탄압 논란을 일으켜 왔다.
지난해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는 곧바로 악명높은 체첸 내 국가근위대(내무군) 부대를 전장에 파견해 러시아군을 지원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러시아 민간용병그룹 '와그너' 대표 예브게니 프리고진과 함께 우크라이나전에서 고전하는 러시아 군대와 일부 장성들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러시아군 지도부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한편 카디로프가 심각한 신장 질환을 앓고 있으며, 이것이 그에 대한 독살 시도와 연관됐을 수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은 앞서 카디로프가 신장 문제로 심각한 병을 앓고 있으며, 본인은 이 병이 자신을 노린 독살 시도 때문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가 모스크바에서 온 의사들을 믿지 못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실력 있는 의사를 불러왔다는 소문도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일부 소식통은 카디로프가 최근 체첸 수도 그로즈니에 있는 자신의 궁전에서 우크라이나에서 분리·독립을 선언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수장을 만났을 때 얼굴이 크게 부은 모습을 보인 것도 신장 병 때문이라고 전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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