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조치안 꼼꼼히 살펴볼 듯…신규항공사, 파리 노선 등 취항할 듯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유럽연합(EU)이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의 기업결합심사 기한을 연장했다.
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양사의 기업결합 2단계 심사 기한을 8월 3일로 미뤘다. EU는 애초 7월 5일 심사를 종료하고 합병 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심사 기한 연장은 대한항공이 제출하는 시정 조치안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합병 이후 시장 경쟁성 제한을 완화하기 위한 시정조치안을 EU에 제출해야 한다. 대한항공은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적 항공사와 국내 항공사의 신규 취항과 증편 등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EU는 앞서 2단계 심사에 착수하면서 유럽경제지역(EEA)과 한국 사이 여객 및 화물 운송 서비스 시장의 경쟁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4개 노선에 대한 여객 운송 서비스에서 시장 경쟁이 약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4개 노선은 인천~파리·프랑크푸르트·로마·바르셀로나 노선인 것으로 전해졌다. 2019년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시장 점유율은 인천~파리 60%, 프랑크푸르트 68%, 로마 75%, 바르셀로나 100%다.
대한항공은 2년동안 EU와 협의를 이어왔지만, 현재까지 시정조치안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2단계 심사에서 시정조치에 대한 협의와 보완이 가능하기 때문에 1단계 심사에서 제출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EU와 비슷한 영국 심사를 통과함에 따라 EU에서도 합병 승인이 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심사 기한이 한달 가량 연장되면서 EU가 합병을 부정적으로 보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심사기한 연장은 시정조치 등이 요구되는 사안의 경우 충분한 심사 기간을 확보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절차"라며 "유럽 경쟁당국의 조속한 승인을 위해 지속해서 협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경쟁 완화를 위한 대체 항공사로 외항사를 제시할 가능성이 큰 만큼 우리나라 국적 항공사 운항 축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수백만달러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해외 공항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을 외항사에 넘겨주면서 우리나라 항공 경쟁력 자체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대한항공은 앞서 영국 심사 통과를 위해 영국 항공사 버진애틀랜틱에 런던 히스로 공항의 슬롯을 최대 7개 넘겨주기로 했다.
EU 심사 통과를 위해서도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파리 등의 공항 슬롯을 대체 항공사에 넘겨줘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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